강원특별자치도가 ‘7대 전략산업’을 앞세워 산업지도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관광·농축산업 중심의 전통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차·반도체·바이오·수소·푸드테크·기후테크·방위산업으로 이어지는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에서 실증, 인력양성,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마련해 국가 전략산업벨트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차 전주기 생태계, 원주·횡성서 본격 가동
강원의 미래차 산업은 연구·실증에서 인증·재사용까지 이어지는 ‘One-Stop 지원 생태계’로 구축된다.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총 2,372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원주와 횡성을 거점으로 이모빌리티 연구단지, 자율주행 실증거점, 핵심부품 혁신 플랫폼,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세부적으로는 △이모빌리티 기업지원센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 △자율주행 산악도로 실증단지 △경형 특장차 개발 인프라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정비 전문인력 양성 기반이 완성돼 국토부 지정 교육기관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며, 올해는 경상용 전기차 제작지원센터가 준공됐다. 내년 5월에는 ‘강원 미래모빌리티 혁신센터’가 문을 열어 부품 개발·시뮬레이션·성능평가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갖춘다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은 지역 기업에 기술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청년층에게는 맞춤형 교육과 현장 실습을 연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상수원 규제로 발전이 막혔던 횡성 지역은 새로운 연구·실증 거점으로 변모하면서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을 풀어내고 있다.
■수도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확장, 강원도 전략 거점 도약=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강원은 수도권 클러스터 확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는 인력양성·테스트베드 구축·부지조성·기업 투자유치를 4대 전략으로 삼고 강원형 반도체 생태계를 가동 중이다.
원주 부론 산업단지에는 134만㎡ 규모의 국가·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삼성·SK 등 대기업과 협력 가능한 중소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측면에서는 춘천기계공고·강릉중앙고·원주미래고에 반도체과가 신설됐고, 강릉원주대·한림대·강원대 등 도내 대학이 참여하는 공유대학 체계가 가동됐다. 여기에 한국반도체교육원이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공동연구소와 특성화대학도 연이어 선정돼 도는 전국적인 반도체 인력 허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테스트베드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 AI 반도체 인력양성센터, 소모품 실증센터, 미래차 신뢰성검증센터가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험·평가 인프라를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도는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 8곳과 이미 투자협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원주 중심 첨단의료복합단지, AI와 결합한 도약= 원주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기기 산업 집적지를 형성해온 지역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 기반을 한 단계 도약시켜 AI·디지털 기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한다. 사업기간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15년에 걸쳐 진행되며, 총 사업비는 약 1조 원 규모다.
단지는 의료기기 중심의 AI 융복합 연구개발(R&D), 임상실증, 인증·사업화 지원센터로 구성된다. 여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건강관리협회 등 풍부한 의료데이터 인프라가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특히 단순 제조 중심 산업에서 벗어나, AI 알고리즘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맞춤형 의료기기 개발까지 가능해져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도는 이번 단지를 “중부권 거점형 첨단의료 단지”로 규정했다. 단순히 원주에 국한되지 않고 충북, 경기 등 인근 지역과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인프라를 개방해 수도권을 넘어서는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전주기 생태계가 구축되고, 청년 연구인력과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확대된다. 결과적으로 원주가 ‘의료기기 제조도시’를 넘어 AI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 허브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K-바이오클러스터 완성, 춘천·홍천 특화단지= 강원의 바이오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으로 날개를 달았다. 춘천과 홍천 일원이 2024년 6월 바이오의약품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강원은 “K-바이오클러스터의 시작과 완성”을 책임지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화단지는 총 195만 평 부지에 3조3천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확정돼 있으며, 국비·도비를 포함한 7천억 원 규모의 공공재원도 투입된다. 후평·거두·남춘천·홍천 도시첨단산단 등 10개 단지를 중심으로 이미 118개 기업이 입주했고, 추가 기업 유치도 진행 중이다.
도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항원·항체 소재뱅크 구축, 동물대체시험센터 건립, 신약 상용화 지원센터 조성 등 다양한 국비 사업을 연계해 바이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상용화, 글로벌 공급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체계를 완성한다.
춘천은 신약개발과 연구개발의 거점으로, 홍천은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제조 중심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에 원주(디지털 헬스), 강릉(천연물바이오), 평창(그린바이오) 등 강원 전역의 특화 산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도는 이러한 연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중소형 CDMO(위탁생산) 육성, 국가 첨단바이오벨트 핵심 축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강원은 이제 국내 바이오산업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려 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 한계 돌파, CCUS 신산업= 강원 경제를 지탱해온 시멘트 산업은 동시에 탄소 배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날의 검’이다. 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신산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
강릉·삼척을 중심으로 2026~2030년 1,900억 원 규모의 CCU 메가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삼척에는 386억 원 규모의 CCUS 진흥센터가 들어선다. 포집된 CO₂는 청정 선박연료인 e-메탄올, 2차전지 소재인 탄산리튬, 건축자재 등으로 전환된다.
시멘트 공정의 핵심인 소성공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도는 대체연료 확대, 원료대체 기술, CCUS 실증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면서 동시에 기후테크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GRDP 100조 원 시대의 핵심 축”= 강원특별자치도는 미래차·반도체·바이오·기후테크를 아우르는 산업 전략을 통해 민선8기 도정목표인 지역내총생산(GRDP)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김진태 도지사는 “강원은 더 이상 낙후된 산업의 주변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혁신의 선두 주자로 나아가고 있다”며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기업에는 혁신 기회를, 도민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강원도의 산업전환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글로벌 산업구도 변화에 발맞춘 도약이다. 도는 7대 전략산업을 축으로 ‘강원의 길’이 곧 대한민국의 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교육·환경 전 분야를 포괄하는 혁신의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