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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인공지능 시대, 블루칼라 기술직이 미래를 이끈다

2014년 미국 뉴욕시장을 지낸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는 ‘하버드대학교에 가는 것보다 배관기술자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발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는 이 말을 가볍게 넘긴 이들이 많았겠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그의 발언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사무직은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직종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설·소방·방재 등 현장 기반의 ‘블루칼라’ 기술 전문직종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맡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블루칼라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스탠퍼드대, 브루킹스연구소 등은 대인 접촉과 현장 중심의 기술 직종을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회복력이 높은 분야로 꼽았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에는 “블루칼라가 노다지가 되는 시대”를 다루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는 “부유한 세계에서 근로자들은 이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동력은 점점 희소해지고,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점점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술 전문직종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블루칼라 기술직이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전문성 보장, 조직문화로부터 자유로운 근무환경,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층이 기술직에 주목하고 있다.

직업을 체면이 아닌 ‘삶의 안정과 성장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채용 플랫폼 ‘캐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의 63%가 “블루칼라 직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워크웨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재탄생한 작업복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여러 소셜미디어(SNS)에서의 기술 전문직종 재조명은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뒷받침한다. 도배, 타일, 용접 등이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고수익 직종으로 평가받으며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제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읽는 통찰이 필요하다. 단순히 전통적 명성이나 인기 전공을 좇기보다는 앞으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고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를 찾는 것이 보다 유망할 수 있다.

해외 사례와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는 이미 여러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로봇과 자동화 등 기술변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지만, 작업 변수가 많고 섬세함이 요구되는 현장 기술 전문직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대표적 분야다. 기술 전문직종은 ‘대안’이 아니라 ‘미래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대학과 전공 선택에 현장성과 전문기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는 해양, 관광레저, 사회복지, 바리스타 등 지역별 산업 특색과 개인 적성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고, 실질적 경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기관과 직업 경로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자신에게 맞는 지역 특화 현장 기술학과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길 역시 충분한 선택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정한 경쟁력은 실질적 기술과 현장성, 그리고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역량에 달려 있다. 원하는 미래를 위해, 실질적 기술과 현장성이 갖는 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설계해나가길 바란다.​

최종균 강원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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