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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상수원 논의 감정 대립 안돼

정태영 연세대 미래캠퍼스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원주시의 상수원수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주시민이 마시고 있는 일부분의 물은 4급수, 횡성댐은 1급수”라는 표현문구나 “원주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돼야 횡성이 발전한다”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나 주장은 사실적 근거에 대한 해석의 오류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돗물 공급 과정과 처리 공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원주 취수장 물은 4급수’라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급수’는 하천 수질을 의미하는 환경기준상 분류로 수질 등급을 표현하는 용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모든 정수처리시설을 거친 상수도는 이 등급 분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일부가 주장하는 대장균이나 오염물질은 정수처리 과정에서 100%로 사멸 및 제거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원주시 상수도 수질은 환경부 먹는물 수질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정수처리 후의 수질은 전국 평균 수준 이상으로 먹는물 수질에 적합하게 평가받고 있다. 원주시가 상수도를 안전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몇 급수’ 개념을 단순히 상수도 수질에 적용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으며,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들의 불안감만 조장할 뿐이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곧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어야 횡성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매우 단편적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은 지역발전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주민과 도시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생각해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상수원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혹자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통한 개발로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수질 오염이나 장기적인 수자원 공급의 불안정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중부내륙권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원주와 횡성 또한 기존 취수원만으로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결국 취수원 다변화는 특정 지역의 이익 문제가 아니라 전체 강원자치도민의 물안보를 위한 국가적 과제라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원 확보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할 작금의 시점에 지자체 간 대립할 이유는 없다. “상생형 취수원 관리”. 즉, 깨끗한 수원을 지키며 함께 활용하는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모두가 이익을 얻는 길이다.

원주는 매년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인구 증가를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필수적인데 물이 부족해 공급이 안 되는 지역으로 오고자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편적 주장이나 근거 없는 표현이 아닌, 과학적 사실과 상호 신뢰에 기초한 상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아니라, 깨끗한 물을 함께 지키며 가뭄에 대비하는 취수원 다변화와 통합적 물관리 전략이다.

원주와 횡성은 같은 물줄기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이기에 지역 간 상생의 해법을 모색할 때 모두가 안전한 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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