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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접경특별법 vs 평택특별법 : 책임의 차이가 미래를 갈랐다

류종현 강원대 객원교수·상지대 특임교수

강원 접경지역은 70년 동안 국가의 전략을 대신 감당해 왔다. 주민들은 사격장 소음, 군사도로 통제, 고도제한, 산림·환경 규제 속에서 살아왔다. 산업도, 정주도, 미래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이는 지역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부과한 강제적 희생이었다. 그러나 국가는 이 희생을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축소해 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지역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구조는 매우 약하다. 규제완화 조항은 있지만 군사시설보호법, 환경정책기본법, 상수원보호구역처럼 강한 상위법 앞에서는 아무 힘도 없다. 인허가는 지연되고, 산업단지는 막히고, 관광도 불가능하다. 국비 보조율 특례는 수치만 존재한다. 사업은 공모 중심이고, 재정은 불안정하다. 법이 있어도 지역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원법은 결국 지원 수준에 멈추기 때문이다.

반면 평택지원특별법은 완전히 다른 철학으로 만들어졌다.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단기적 부담을 이유로, 국가는 평택을 국가책임 체계로 끌어올렸다. 가장 결정적 요소는 수도권정비계획법 특례다. 수도권 규제 일부 면제, 대규모 정주·산단 인허가 완화, 기업유치 장벽 해제, 국책 SOC 우선 반영까지 가능해졌다. 사실상 수도권 제외구역에 준하는 예외 지대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국가는 수십조 원을 투입했다. 도로·철도·학교·환경시설 등 핵심 인프라는 모두 패키지로 설치됐다. 인허가 절차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됐다. 국가-지자체 공동계획이 법으로 강제됐다. 결과는 분명했다. 고덕신도시가 생기고, 삼성반도체 단지가 들어서고, 평택은 수도권 남부의 전략도시로 올라섰다. 국가책임법은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하다. 왜 단 한 번의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은 국가책임을 인정받았는데, 70년 희생한 접경지역은 아직도 지원만 받고 있는가. 두 지역의 차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철학과 설계의 문제다. 평택법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였고, 접경법은 지역이 감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은 규제지역이 아니다. DMZ·산림·습지·기후자원·국방기술이 결합된 세계 유일의 전략자산지대다. 그러나 국가는 이 지역을 여전히 낙후지역으로 다룬다. 희생을 구조화하고, 보상은 축소하고, 지원은 분절적으로 이어왔다. 이것이 접경정책의 가장 큰 실패다.

이제는 더 이상 지원이 아니라 채무적 보상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접경지역의 규제는 주민이 선택한 희생이 아니다. 국가가 요청하고 강제한 희생이다. 따라서 보상은 국가가 되갚아야 할 책무다.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지원이 아니라 정당한 회복이다.

접경지역특별법은 전면 개편돼야 한다. 첫째, 국가-지자체 공동 종합계획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둘째, 접경지역 전용 특별회계·기금을 신설해야 한다. 셋째, 군사·환경 규제를 조정할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DMZ·기후·생태·국방을 통합한 국가전략지구 지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보상의 기준은 평택 수준이 아니라 평택 상회 기준이어야 한다. 70년 희생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형평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래 기다렸다. 국가가 요구한 희생에 국가가 답하는 법을 기다렸다. 이제는 묻는다. 왜 우리는 아직도 국가책임을 인정받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원법이 아닌 국가책임법, 선택이 아닌 책임, 시혜가 아닌 권리. 이제 접경지역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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