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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살해한 50대 여성 시신 차에 싣고 돌아다니다 오폐수처리조에 유기한 살해범 신상공개 여부 검토

경찰, 살해범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 조사한 후 사건 검찰에 넘길 예정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50대 김모씨가 26일 오후 충북 충주호에서 경찰에 살해 여성의 차량을 유기한 지점을 밝힌 뒤 다시 호송되고 있다. 2025.11.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속보= 전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54)씨는 시신을 차량에 싣고 다니며 하루 동안 태연하게 회사 업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진천군에서 폐기물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 10월 14일 전 연인 A씨(50대)를 집 앞에서 만났다.

김씨가 당일 A씨를 찾아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씨는 사전 약속을 하지 않고 A씨가 귀가하기를 무작정 기다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오후 6시 10분께 회사에서 귀가한 A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탑승했고, 진천군 문백면의 한 노상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한 뒤 SUV 안에서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A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한 김씨가 오후 9∼11시 사이 흉기를 10여차례 휘둘러 A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이후 A씨 시신과 흉기를 실은 채 직접 차를 몰아 밤새 초평저수지와 옥성저수지를 비롯한 청주와 진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경찰에 이곳 어딘가에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장소를 기억하지 못해 아직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흉기를 버린 뒤에는 시신을 불상의 장소에서 자신의 차에 옮겨 실었고, 날이 밝을 무렵 귀가한 직후 옷만 갈아입고는 곧바로 다시 이 차량을 몰고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군의 폐수처리업체로 출근해 거래처를 돌아다니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

이후 오후 6시∼8시 사이 회사에서 퇴근한 김씨는 그 길로 자신의 거래처 중 한 곳인 음성군의 한 육가공업체로 차를 몰아 마대에 담긴 시신을 4m 깊이의 폐수처리조 안에 밧줄로 묶어 고정해 은닉했다.

◇청주에서 장기실종된 여성의 SUV가 27일 오전 충북경찰청의 한 주차장에 보관돼 있다. 경찰은 전날 충주호에서 이 SUV를 인양했다. 2025.11.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범행 흔적이 남아있는 A씨의 SUV는 그 다음 날 자신의 거래처 2곳을 옮겨가며 천막으로 덮어 숨겨놨다.

김씨는 거래처 측에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달라"고 둘러댔다.

시신과 차량을 감쪽같이 숨겨놨던 김씨는 경찰이 자신의 거래처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지난달 24일 충주시 소재 충주호에 차량을 유기했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검거 초기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살해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등 여러 증거를 제시하자 그제야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A씨가 실종되기 약 한 달 전부터 '살인을 왜 하나', '안 아프게 죽는 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으며, 도로 CCTV 위치를 조회하거나 카카오톡 사용 시 위치 확인이 되는지를 미리 알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잔혹하다고 판단해 전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를 진행했으며,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통상 경찰은 신상 공개 대상 범죄자 중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 알권리 보장과 재범방지·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내·외부 인사들로 위원회를 꾸려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시점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충북 충주호에서 장기 실종 여성의 SUV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2025.11.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A씨는 10월 14일 오후 6시 10분께 청주시 옥산면의 한 회사에서 자신의 SUV를 몰고 퇴근하는 모습이 인근 CCTV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A씨의 차량은 실종 당일 밤 11시 30분께 진천군 모처에서 행적이 끊겼고,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였다

경찰에 A씨의 실종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실종 이틀째인 16일이었다. 당시 A씨의 자녀는 "혼자 사는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A씨 가족들은 초기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전 연인 김씨와 자주 다퉜다. 김씨가 해를 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건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무려 3주나 지난 뒤였다.

김씨는 실종 당일 A씨 주변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알리바이가 없었다.

그는 당일 저녁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 소재 폐기물 업체에서 퇴근한 뒤 이튿날 오전 5시가 넘어서야 귀가했고, 10분 만에 다시 집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미심쩍은 행적에 대해 그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경찰은 뒤늦게 김씨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을 했고, 그 결과 사전에 도로 CCTV 위치를 검색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수사팀은 확보할 수 있는 일대 도로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해 A씨 차량과 같은 차종의 SUV를 걸러내고, 그 행적을 좇았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경찰 수사는 지난달 24일 김씨 거래처인 진천의 한 업체에서 문제의 SUV가 발견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차량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섰고, 이틀 뒤인 26일 김씨가 SUV를 몰고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해 당일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SUV 내에서 혈흔과 인체조직이 발견된 점을 토대로 김씨를 추궁했고, 그는 결국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경찰은 죄명을 폭행치사에서 살인 혐의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한 후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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