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2025년은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공익직불금 확대, 농어촌 주민수당, 햇빛연금, 농산물 가격안정제 등 윤석열 정부와는 다른 기조의 정책들이 추진되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농업인 소득안정망을 강화하고 농촌주민의 삶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정책의 추진으로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재원 조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농업과 농촌을 지켜온 농업인과 농촌주민을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라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정책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촌 소멸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2026년에 추진될 주요 농업·농촌 정책을 살펴보면 농업인 및 농촌주민 소득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먼저 농어촌기본소득이다. 지난 10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역 7개 군이 확정되었다. 시범지역에서는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매월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될 예정이다. 과거 경기도의 유사한 시범사업 사례를 보면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원 조달 방식과 함께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는 농촌공간계획제도이다. 2024년 농촌공간 재구조화법 시행에 따라 각 시·군(139개)은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제도는 농촌의 난개발을 막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강원도내 15개 시·군도 이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지역 내 전문 인력의 부재로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형식적인 계획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는 햇빛연금제도이다. 햇빛연금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활용해 에너지 자립과 주민소득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태양광 시설 설치로 인한 경관 훼손 문제와 주민 간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갈등을 얼마나 세심하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농산물 가격안정제이다. 2025년 통과된 농업 4법은 쌀 과잉생산 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농산물 가격 하락과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진 농업 환경에서 농업인 소득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왜곡 가능성과 재정 부담 확대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농업·농촌이 발전해야 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농촌은 오랫동안 사양산업으로 취급되며 희생을 요구받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 농업은 식량안보를 넘어 바이오산업과 재생에너지, 생물다양성 보전의 기반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농촌은 국민의 쉼터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그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 2026년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그 중심에서 농업·농촌이 다시 한번 주목받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