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초부터 동서로 이동하며 문명을 확장했다. 구 소련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미국과 러시아를 비교해 보면 동서 횡단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다. 영토를 동서로 횡단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 도시가 형성됐으며 지금도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뼈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동서를 횡단하는 도로망이 사실상 전무하다. 시베리아 대부분은 영구동토층이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이로 인해 도로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러시아에서 철도는 선형이 단순하고 제방·침목으로 인해 땅에 직접 닿지 않아 도로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국가 기간 교통망이다. ▼영토 대부분이 살기 좋은 중위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은 다르다.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1869년 개통했다. 동부에서 건국한 미국은 철도를 따라 서부 개척에 성공했다. 철도뿐 아니라 미국은 5개 노선 이상의 대륙횡단고속도로도 보유하고 있다. 철도는 대량·장거리 수송에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도로는 출발지 문 앞에서부터 도착지 문 앞까지(Door to Door) 쉽게 운송 가능하다. 미국은 도로와 철도를 따라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차이는 여기서 온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길고 동서가 짧은 데다 동쪽이 산맥에 가로막힌 지형적 영향, 분단과 정치적 요인까지 더해져 일찍이 남북 연결망이 발달했다. 이 탓에 강원도는 수도권과 맞닿아 있음에도 오랫동안 교통불모지였다. 국토 동쪽인 강원도의 SOC 개발은 국가 차원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뚫리면 서해 평택항과 동해항이 연결된다. 단순한 도로 개통을 넘어 바다와 바다가 만난다. 지난주 용문~홍천 광역철도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내년은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과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동시에 결정되는 중요한 해이다. 국토 동서의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대계를 그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