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시간대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개포동 구룡마을 4지구에서 불이 나 주민 25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오전 5시 1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불길이 커지면서 8시 49분께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소방 인력 297명과 차량 85대를 투입, 4시간이 넘도록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불은 구룡마을 5지구로도 번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헬기도 요청됐으나 시계 불량으로 이륙이 어려운 상태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가 넘어 헬기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4지구에 거주하던 총 32가구의 47명이 대피했다.
구룡마을은 강남 지역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불이 5지구까지 확대되면서 이재민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빈집에서 불이 났다"는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불을 완전히 끄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구룡터널에서 구룡마을 입구로 향하는 양재대로 하위 2개 차로는 화재 처리 작업으로 통제 중이다.
구청은 "주변 차량은 우회하시기를 바라며 인근 주민은 안전에 유의하시기를 바란다"는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인근 서초·관악·동작구도 구룡마을 화재로 연기와 타는 냄새가 되고 있으니 안전 등에 유의하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보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총력을 다하라고 관계기관에 긴급 지시했다.
윤 장관은 "소방청, 경찰청, 서울시, 강남구 등 관계기관은 모든 가용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총력을 다하라"고 말했다.
또 "빈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신속하고 철저한 주민대피와 화재진압 과정에 소방대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 통제에 만전을 다하라"고 말했다.
한편 화마가 덮친 구룡마을에는 망연자실한 주민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이들은 가스통이 터지는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어떡하면 좋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민들은 경찰과 소방관이 보일 때마다 "소방차가 왜 보이지 않느냐. 빨리 불 좀 꺼달라"고 호소했다.
사이렌과 함께 대피 방송이 계속 울렸으나 주민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 주민은 경찰의 대피 지시에도 문을 잠그고 "내 집인데 도대체 어디로 떠나라는 거냐"며 버티다가 10여분 만에 나왔다.
34년 동안 구룡마을에 살았다는 이재민 A씨는 "기가 막히고 황당해서 눈물도 안 나온다"며 마을 길목에 주저앉아 멍하니 불타는 집만 바라봤다. 경찰이 팔을 붙잡고 함께 대피하려 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A씨는 "집 안에 있는 약도 못 갖고 나왔다"며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안 하고 정부가 방치한 게 문제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고 울먹였다.
인근 주민 신모(71)씨도 "강아지 네 마리도 못 데려 나오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시집 와서부터 여기 살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좁은 길목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소방차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헬기도 짙게 낀 안개와 미세먼지 탓에 이륙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대원과 구청 직원들도 현장 사진을 공유하며 인근 구룡산까지 불이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