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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군사시설 옆 강원 주민 10만명…불안·공포 대가는 하루 887원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주민 생존권 침해]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으로 대화 중단돼”
군사훈련통제시스템 부실 주민안전 위협
주민 피해 보상금 터무니 없이 적어 논란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일대를 비행하는 헬기. 사진=손지찬기자

군용비행장과 군사격장 등 군사시설에 따른 강원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침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군사시설 인근 주민을 위한 보상제도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명확한 기준조차 없어 주민 피해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에 대화도 못해”=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일대. 항공부대 헬기 기동 준비가 시작되자 굉음과 함께 회전날개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진동이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에 취재진과 주민간 대화가 여러차례 중단됐다. 이후 30분 동안 마을 주택가 상공에는 4대의 헬기가 70m 안팎을 저공 비행했다. 박광장 율문2리 이장은 “1987년부터 마을에 주둔한 항공부대로 주민들은 40년간 소음에 따른 난청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며 “분진 피해는 물론 진동으로 집 안팎에 균열이 생겨 곰팡이가 번지거나 외벽이 떨어져 나간 주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2016년 2월 헬기 추락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다.

■군사훈련 통제 부실… 주민체감 안전 ‘제로’=강원지역 곳곳에 위치한 군 사격장·포격장도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폭발음과 충격으로 인한 소음·진동에 인근 주택의 유리창이 파손되거나 벽체가 균열되는 등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수면장애와 학습권 침해 등 정신적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격훈련 중 발생한 불꽃은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등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오탄·유탄·낙탄사고 가능성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격훈련 통제와 경고시스템은 부실하다. 사격 전 통보는 마을 방송에 그치거나 일정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출입통제선 역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이 체감하는 안전 수준은 매우 낮다.

■“주민 피해 보상금 형식적”=국방부는 ‘군소음보상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비해 월 2만원~6만원에 불과한 현행 보상금은 형식적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원도와 시·군에 따르면 ‘군소음보상법’ 대상자는 9개 비행장과 32개 사격장 인근 주민 10만1,579명이다. 이들에게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지급된 보상금은 총 218억9,5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8개월간 평균 21만5,000원으로 한 달 평균 2만6,900원에 불과하다. 하루 기준으로는 887원이다. 주민들은 보상금 현실화, 지급 대상자 확대 등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군부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소음보상법은 과거 국가배상 판례를 기준으로 대상과 금액을 정했다”며 “판례에서는 군용비행장의 공공성과 수인한도(피해자가 일반적으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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