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언중언

[언중언]KTX 평창-정선

정선은 여전히 기다린다. 탄광의 불빛이 꺼진 뒤로 수십 년, 시간은 흘렀지만 정선의 시계는 멈춘 채다. 한때 산업화의 전초기지였던 땅은 정부의 석탄합리화 정책 이후 생존의 벼랑으로 밀려났다. 사람은 떠났고, 남은 건 침묵뿐이다. 그 침묵을 깨우는 유일한 해법이 바로 ‘길’이다. 더 정확히는 KTX 평창?정선선. 수도권에서 1시간20분, 정선이 다시 지도 위의 ‘가까운 곳’이 될 기회다. ▼검은 석탄을 막장에서 캐며 산업화의 불쏘시개가 되었던 이 땅에 이제 국가는 응답해야 할 차례다. 정선은 지난 세월 수없이 시도했다. 정선아리랑을 세계에 울리고, 산림을 가꾸고,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사람은 오지 않고, 투자도 외면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근본은 ‘접근성’ 때문이었다. 독일 루르를 비롯해 미국 콜로라도, 영국 웨일스 등 쇠락한 탄광 도시를 살린 건 공통적으로 ‘교통망 확충’을 통한 산업 전환에 있다. 석탄산업 전환지역을 살릴 방향은 이미 검증됐다. ▼정부의 철도망 계획은 자꾸만 뒤로 미뤄진다. 2024년 말에서 계엄과 대선으로 인해 2025년 말로, 이제는 또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B/C 논리의 덫도 변함없다. 정선은 경제성이 아니라 생존권을 묻고 있는데, 수도권 중심의 잣대는 여전히 차갑다. 정선군이 지난해 단 두 달 만에 7만1,335명의 서명을 모은 것도 절박한 ‘삶의 호소’ 때문이다. 주민만이 아니다. 수도권 시민과 관광객, 도내 타 지역까지 나서 서명에 동참했다. 국민적 공감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말은 달릴 수 있을 때 몰아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경제성이 아닌, 낙후지역의 절박함이 반영된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정선은 수혜가 아니라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KTX 평창?정선선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고립을 끊고, 생명을 잇는 한 줄기 숨결이다. 접근성이 바뀌는 순간, 강원 남부권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현실 앞에서 ‘교통망’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공공 인프라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