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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프리즘]김정은을 체포할 수 있을까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인구가 2천 몇 백만 명 수준으로 비슷하며, 지곡한 독재하에 대부분 국민들이 기아선상에서 숨만 근근히 쉬고 있다. 1인독재로 나라 전체가 지상지옥인 점이 비슷하다. 차이도 명확하다. 베네수엘의 면적은 북한의 5배에 달하고,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등 풍부한 자원이 있다. 지난 1월 3일 미국은 전파교란 등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미군의 사상자 한 명도 없는 완벽한 작년으로, 잠자는 니콜라스 마두로(63세)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은도 체포할 수 있찌 않을가?” 김정은과 마두로 중 누가 더 나쁜지를 따져 본다면, 삼척동자도 이구동성을 ‘북한’이라고 외칠 것이다. 마두로 정권이 들어선 2013년이후 1,800%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생활을 도탄에 빠뜨렸다고는 하나, 북한은 인플레가 얼마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 김정은의 3대째 정권세습을 했지만, 마두로는 5년주기 대선을 치루고는 있다.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 등 북한의 인권 유린은 베네수엘라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불가능이 없는 인물’ 트럼프에게 김정은 체포는 식은죽 먹기일 것이다. 국제법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의 체포와 처벌은 명분이 충분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현직 지도자도 얼마든지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를 부정선거와 경제파탄을 시키고 미국에 마약을 유입시키는 ‘나쁜 지도자 제거’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였다. 그러나 펜타닐 마약생산의 80%는 중국이고, 베네수엘라는 5%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원유 확보라는 비즈니스 맨의 속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하는 슬로건은 역설적으로 ‘미국을 더 약하게’라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찰이자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수십년 축적해 온 미국의 신뢰를 침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는 저물고,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이 각축을 벌이는 다극 체제로 급격히 재편되는 중이다. 최는 캐나다가 중국과 관세특례에 합의한 것이 그 예이다. 국제사회에서 윤리와 ‘정의’는 ‘돈’과 ‘자국 우선주의’로 대체되는 시대가 되었다.

김정은 체포문제는 이러한 소용돌이 층위에서 열려있는 선택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독재자를 넘어 핵무기를 보유한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한반도 화약고에 불을 지르는 도박일 수 있다. 북한 정권을 지지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즉각적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그 파괴적인 대가는 고스란히 한반도가 짊어지게 된다.

“김정은을 체포할 수 있을까”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격동하는 국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외교는 대통령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소용돌이 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 정부의 기민한 대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한국인의 국제적 식견과 안목이다.

2026년에는 한반도에도 어떤 변화가 올 것같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교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국제적 식견을 갖추기 위해 공부할 시간이다. 연예프로그램에 혹은 소모적이고 피곤한 여야 정쟁에 빠져들기에는 세월이 수상하다. 남의 국가원수를 체포하는 내정간섭도 문제이지만, 국가에 해만 끼치는 독재자를 놔둬야 하느냐는 2중의 윤리적 딜레마의 문제이다. 철학적 성찰이 바탕이 되는 국민의 국제화 수준이 국력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서 국민 하나 하나의 실력으로만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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