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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강원의 미래를 캐는 문화광부]④건물대신 사람을 심어라

- 평창과 화천, 정선, 문화광부들이 바꾼 지역의 미래
- “폐교가 예술의 온실로, 마을이 창작의 무대가 된다”

강원도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찾아야 할 해법은 화려한 랜드마크 건설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유능한 예술가들이 강원도로 내려와 마음껏 창작하고, 그 에너지가 지역 주민, 아이들과 결합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창, 화천, 그리고 정선에서의 실험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지역의 문화를 소개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 ‘상상별동대’의 감자꽃스튜디오 발대식 모습. 강원일보 DB

◇ 폐교, 마을학교가 되다…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강원도 문화 이주(移住) 역사의 시작점에는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가 있다. 서울의 공연기획자 이선철 대표가 폐교인 노산분교에 터를 잡으면서, 적막했던 시골 마을은 문화의 용광로가 됐다. 이곳의 핵심은 ‘교육’과 ‘변화’였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록 밴드와 국악을 가르치자 소위 ‘노는 아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변했고, 농사짓던 주민들은 악기를 배우며 문화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로 거듭났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다시 지역의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선순환’ 구조는 한 명의 문화광부가 지역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 교과서적인 사례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연극공연 모습. 강원일보DB

◇ 예술을 농작물처럼 일구다… 화천 ‘뛰다’의 예술텃밭

2010년, 극단원 14명이 서울을 떠나 화천의 폐교(옛 신명분교)로 집단 귀촌한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실험은 더욱 깊고 단단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예술텃밭’이라 명명했다. 예술을 마치 농사짓듯, 지역의 토양 속에서 시간을 들여 길러내겠다는 철학이었다. 이들은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인형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화천 읍내를 행진하는 ‘낭천별곡’을 통해 주민을 창작의 주체로 세웠다. 또 기후 위기를 고민하는 ‘예술가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전 세계 예술가들이 찾아와 머무는 글로벌 창작 기지로 진화했다. 극단은 해체 후 ‘궁리소 묻다’ 로 변화했지만, 이들이 일군 ‘예술텃밭’은 여전히 예술가들의 창작 놀이터이자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정선아리랑 뮤지컬 ‘아리 아라리’ 공연 모습. 강원일보 DB

◇ 지역 자원을 캐내 명품으로… 정선 ‘극단 산’

최근 정선에는 ‘극단 산’이 자리를 잡으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정선아리랑을 현대적 뮤지컬로 재해석한 ‘아리 아라리’를 제작, 5일장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킬러 콘텐츠로 키워냈다. 또 폐광의 소리를 채집해 만든 소리극 ‘탄성’처럼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채굴해 독창적인 예술로 제련해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강원도의 현안인 ‘교육’과 결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여름방학 전국 각지의 아이들이 폐교에 차려진 ‘문화 캠프’를 방문하고, 가을 축제 때는 직접 무대에 서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것. 아이들이 오면 부모가 따라오고, 지역에서의 소비는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축제 관객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문화를 통해 강원도에 애착을 가진 ‘관계 인구’를 길러내는 전략이다. 평창, 화천, 정선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건물이 아닌 ‘사람’이 모일 때 지역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문화광부가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려면, 행정은 그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지역의 주인으로 살아가며 이웃을 늘리는, ‘정주 여건’과 ‘토양’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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