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삼성전자 노사가 진통끝에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총파업을 유보하게 됐다.
최대 100조원대 손실과 반도체 생태계 및 공급망 훼손 등 국가적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선 결과 노사도 한발씩 물러서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았다.
이번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통과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은 임금 6.2% 인상과 DX부문에 600만원 상당 자사주를 받는 것이 핵심 내용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저희 내부 갈등으로 심려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끝까지 노력해주신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 조합원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저희의 성적표로 (삼아) 더 나은 초기업노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여명구 부사장은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임직원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울러 노력해주신 노조와 도움 주신 정부 관계자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며 “회사는 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노사 상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을 주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깊이 감사한다”며 “무엇보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가슴 졸이고 지켜보고 계셨을 국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 이후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조합원 대상 투쟁지침을 통해 “5월 21일~6월 7일 총파업은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공지했다.
또한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부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잠성합의안은 투표를 통과해야 합의안 자격을 갖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이날 오전 조정이 결렬됐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가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이런 요구대로면 적자 사업부 임직원도 연간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정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결국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었다. 정부가 파업을 금지시키고 강제로 조정하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짙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은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를 설득,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의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노사 교섭이 재개되면서 막판 타협을 이끌어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엑스(X·트위터)에 “불광불급”이라고 적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깊이 몰두해야 원하는 목표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이어 “희망은 절망 속에 피는 꽃. 끝나야 끝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의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김 장관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은 임명 자체가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기조를 상징하는 인사로 평가됐다.
청와대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 도출에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대승적 결단에 감사하다”며 “끝까지 중재에 임해준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노조의 총파업이 반도체 산업과 한국 경제 전반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지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삼성전자 2026년 임금협상 관련 주요 일지.
◇ 2025년
▲ 12월 11일 = 삼성전자 노사, 2026년 임금교섭 첫 상견례
▲ 12월 16일 = 2026년 임금교섭 1차 본교섭
◇ 2026년
▲ 2월 10일 = 노사,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위한 ‘집중교섭’ 돌입
▲ 2월 13일 = 초기업노조, 임금교섭 중단 공식 선언
▲ 2월 19일 = 초기업노조·전삼노·동행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 2026년 임금교섭 결렬 선언 및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
▲ 3월 3일 = 중노위, 노사 이견 좁히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
▲ 3월 9일 = 초기업노조·전삼노·동행노조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 모든 조합원 대상 쟁의 행위 찬반 투표 시작
▲ 3월 18일 =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93.1%의 찬성률로 공동투쟁본부 쟁의권 확보
▲ 3월 23일 = 노조,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회동
▲ 3월 25일 = 노사, 임금교섭 재개
▲ 3월 27일 =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 등에 대한 견해차로 교섭 다시 중단
▲ 3월 30일 = 사측, 사내 공지 통해 협상 과정 및 ‘특별 포상’ 등 경쟁사 이상보상안 공개
▲ 4월 17일 =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첫 공식 과반 노조 출범 선언
▲ 4월 23일 =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평택캠퍼스 앞 투쟁 결의대회 개최
▲ 5월 4일 = 동행노조, 공동투쟁본부 탈퇴
▲ 5월 8일 =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정 면담. 노사 양측 ‘사후조정’ 절차 수용
▲ 5월 11일∼13일 = 중노위 주관 1차 사후조정 진행
▲ 5월 13일 = 사후조정 결렬
▲ 5월 15일 = 삼성전자 사장단, 입장문 발표 후 노조 집행부와 회동
▲ 5월 16일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대국민사과문 발표
▲ 5월 18∼20일 = 삼성전자 노사, 중노위 중재 하에 2차 사후조정 재개
▲ 5월 18일 = 법원,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일부 인용
▲ 5월 20일 =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 결렬
▲ 5월 20일 = 고용노동부 장관 직접 중재 하에 자율 협상 재개
▲ 5월 20일 =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에 서명
▲ 5월 22∼27일 = 노조, 조합원 대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