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과와 함께 관련 임원진에 대한 문책을 지시했지만 5·18 단체들은 정 회장의 사퇴와 함께 진상규명을, 광주 등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는 불매 운동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21일 5·18기념재단과 공법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는 공동 결의문을 통해 “‘탱크’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유행어나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탄압의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매우 무거운 상징”이라면서“‘광주 시민들에게 탱크는 1980년 5월 시민들을 향해 진입했던 계엄군의 장갑차와 폭력의 기억, 즉 국가폭력의 상징으로 남아 있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권력이 진실을 왜곡하며 발표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용진 씨의 그간 행적과 언행에 비추어볼 때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수나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용진 씨의 경영 일선 후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국민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재발 방지 대책과 조직 쇄신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공 피해자단체 연합회와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도 같은 날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스타벅스는 ‘탱크 데이’를 젊은 실무자가 벌인 우발적 사고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40년 전 전두환 군사정권의 해명과 똑 닮았다”며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정 회장에게 있다. 정 회장은 경영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김용만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위원회 이사는 “정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카메라나 피해자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회견 시작 전 박종철 열사를 비롯한 국가 폭력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한 뒤 “그깟 커피가 뭐라고, 선량한 시민 죽음 조롱하는 스타벅스 규탄한다”, “스타벅스 사태 책임지고 정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회견이 끝난 뒤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사진에 신세계그룹 계열사 로고와 ‘불매’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5·18의 당사자격인 광주 지역 사회도 들끓고 있다.
광주시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스타벅스 사태를 단순한 실무자의 실수가 아닌 역사 인식이 부재한 최고경영자가 유발한 사회적 중대재해로 인식한다”며 시 주관 각종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금지했다.
시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이 무산된 참담한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5·18과 민주주의 역사를 조롱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노동자와 주주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으며, 우리 사회의 기반인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기정 시장의 지시로 시 주관 각종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중단 없이 추진하고, 현행 5·18 특별법의 한계도 보완하겠다는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시는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하는 현행 5·18 특별법의 한계를 바로잡겠다”며 “최소 2020년 발의된 개정안 수준으로 처벌 대상과 수위를 대폭 강화할 것을 국회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은 정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국민 분노에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광주은행도 자체적으로 스타벅스 제품과 쿠폰(상품권) 지급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이날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는 5·18 정신을 훼손하고 광주전남민을 모욕한 것이기에 여론을 감안해 앞으로 스타벅스 제품과 상품권 지급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지난 20일 본점 각 부서와 지점 등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공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상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텀블러나 머그컵을 망치로 부순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들과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나 모바일 카드를 환불받는 팁이 공유되는 등 5·18 관련 단체들과 광주 지역 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불매 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된 수사는 서울 강남경찰서가 맡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21일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 대표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혐의 고발 사건을 강남경찰서 수사2과로 배당했다. 전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하루 만이다.
서민위는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홍보 문구를 쓴 것이 민주화운동 유족,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이었던 지난 18일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계엄군의 탱크 진압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지난 2019년 ‘속건성 양말’ 광고를 비판, 스타벅스 논란과 유사했던 과거 사례까지 재조명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