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거리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현수막이 걸리고, 여기저기서 보훈 행사들이 열린다. 최근 필자는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강원특별자치도지부 사무국장으로서 춘천시 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4회 전몰군경 미망인 등 보훈가족 합동위로연을 다녀왔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은 깊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대부분 90세를 오르내리는 고령의 나이. 해가 갈수록 빈자리가 늘어나는 행사장 분위기는 쓸쓸하기만 했다. 마주한 어머니들의 얼굴과 깊게 패인 주름 속에는 모진 세월의 풍파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조국에 바치고, ‘전몰군경 미망인’이라는 무거운 이름표를 단채 자녀들을 키워내느라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살아온 한평생이었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어머니들의 덤덤한 표정이었다. 보훈의 달을 맞아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일회성 위로 행사에 그 어떤 기대도, 설렘도 없어 보였다. 그저 ‘올해도 매년 오던 곳에 왔다 간다‘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에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이분들의 삶을 얼마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했는지가 드러나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은 이분들이 흘린 눈물과 희생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며 가정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이 어머니들이야말로 또 다른 전장의 영웅들이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분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도내 미망인은 6월10일 기준 2,971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97명 줄었다. 매년 인원은 더 빨리 줄어 들것이다 ‘다음으로 미룰 여유가 없다. 이제는 국가와 우리 이웃 공동체가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보훈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예우가 필요하다.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행사나 생색내기식 위문품 지급에서 벗어나 국격에 맞는 보훈을 해야 한다. 그리고 90대 초고령에 접어든 미망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건강과 고독이다. 맞춤형 의료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재가 복지 서비스를 촘촘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와 이웃공동체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정부의 예산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다. 지자체와 지역 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홀로 계신 미망인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며, 고립되지 않도록 살피는 공동체의 온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미망인 어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 사회로부터 반드시 들어야 할 한마디다. 이제는 일방적인 ‘위로‘가 아니라 진심 어린 ‘감사와 보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90세 미망인의 차가운 손을 잡아드릴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다. 국가와 우리 공동체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도리를 다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