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 문화예술이 춘천, 원주, 강릉 등 3대 대도시에만 갇혀 있는 이른바 ‘창작의 섬’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도내 18개 시·군 전체를 무대로 삼는 ‘순회 페스티벌’의 전면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원일보는 문화 접근성 확보를 통해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을 5회에 걸쳐 선보인다.
■ ‘문화 공백’이 부추기는 인구 소멸=현재 강원도의 소멸위험지수(0.388)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위험한 수준이며,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16개(88.9%)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군 단위 지역의 심각한 문화 인프라 부재는 청년층의 유입 매력을 떨어뜨리고, 청년이 떠나면 다시 문화 투자의 명분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도내 133개 전문예술단체 중 95개(71.4%·2024년 현재)가 춘천, 원주, 강릉 3곳에만 몰려 있으며, 양구·고성·양양에는 등록 단체가 단 한 곳도 없는 극단적인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공연 시장의 전체 건수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전국 대비 강원도의 공연 비중은 0.9%에 불과해, 도민들의 실질적인 문화 향유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 공공의 ‘의도적 개입’ 절실 =이러한 문화 격차는 예산배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올해 강원도민 1인당 문화예술 예산은 21만 5,000 원으로 늘었고, 강원문화재단의 예산 역시 328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예산은 충분하지만, 예술단체가 인프라를 갖춘 대도시에만 머물려 하고(공급 잠금), 군 지역 주민은 관람 습관이 없으며(수요 잠금), 무대조차 변변치 않은(인프라 잠금) ‘삼중 잠금’ 구조 탓에 예산 혜택이 고르게 퍼지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견고한 구조적 모순은 시장 원리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고 강조한다. 관객이 예술을 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동해야 하는 구조를 깨고,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예술이 관객을 찾아가는 구조’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때다.
■ 18개 시·군 잇는 ‘순회 페스티벌’ 부상=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으로 ‘강원 18개 시군 지역 예술단체 순회 페스티벌’이 제시되고 있다. 도내에 이미 존재하는 133개 예술단체와 창작 자원을 4계절 테마(동해안·설악, 접경·내륙, 중부·남부, 탄광·산간 등)로 묶어 18개 시·군 전역으로 순환시키는 모델이다. 이재원 문화기획자는 “매년 지역 대표예술단체를 선별, 도내 18개 시·군마다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순회하는 공연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것이 지역예술단체를 육성하고 도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해 주는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현재 가동되고 있는 인수위에서 전향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