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과 벽 하나 사이 사장실은 야전지휘소 같은 곳
물건 팔때도 분위기가 있어… 직거래 선호하는 이유
'다중구조 우모(羽毛)베개' 등 제품화 되면 히트칠 것
취재를 위해 들어선 사장실은 소란스러웠다.
공장과 얇은 벽 하나만을 두고 만들어진 탓에 웬만한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전영환 사장(54)도 낯선 외부인에게 거친 소리를 들려주기가 신경쓰였던지 직원들이 있는 바깥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잠깐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사장실로 들어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사장실 기계소리보다 더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전사장과의 인터뷰는 점심시간을 빼고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리털·거위털 이불을 만드는 공장의 빠쁜 움직임들도 내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 시끄럽지 않습니까
“익숙해졌지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 방에 계속 있겠습니까. 남들은 시끄럽겠지만 저는 저렇게 공장의 소리가 들려야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 왜 사장실을 이곳에 만들었습니까? 다른 장소에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들어오시면서 봐서 아시겠지만 물건을 쌓아놓을 공간도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사장실은 큰 의미가 없어요. 여기를 좀 보세요.(그곳에는 공장과 연결되는 문이 따로 있었다.) 이 문을 통해 제가 수시로 공장을 드나듭니다. 또 현장 근로자들도 문제가 있으면 이 통로를 통해 곧바로 제게 찾아오고요. 이 방은 엄밀히 말하면 야전지휘소 같은 곳이에요. 제가 공장 바로 옆에 제 사무실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현장의 모든 것을 직접 챙기시나 봅니다
“다른 회사들은 공장장이다, 부장이다 하는 중간관리자가 있는데 저희는 그런 자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설사 구하더라도 오랫동안 붙어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저도 힘들죠. 그런데 직접 현장을 챙기는 것이 몸에 익다보니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의사결정이 빨라지는 장점도 생깁디다. 하하.”
- 지난 추석때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고 얘기들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왜 이리 일이 많은 겁니까
“침구업계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시즌 상품을 내놓을 때라고 할 수 있죠. 겨울철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한 주문 물량이 적지 않았어요. 여기에다 이달 말 홈쇼핑 론칭을 앞두고 있어서 판매될 물량을 맞추느라 좀 분주한 편입니다.”
- 홈쇼핑 초창기에 대박도 터뜨리셨다는데 돈도 많이 벌었겠습니다
“1시간만에 2억원 어치를 팔았어요. 2000년 일인데 그때 당시로는 최고 판매기록이었다네요. 대박을 낸 건 맞는데… 벌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홈쇼핑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것에 비해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일단 2,000세트 이상 물건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하다 보니 목돈이 필요합니다. 또 많이 팔았더라도 홈쇼핑 회사측에 줘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제 생각엔 홈쇼핑 판매를 통해 돈 벌기는 어려울 겁니다.”
- 그런데 왜 홈쇼핑을 계속 합니까
“홍보 효과 때문이죠. 홈쇼핑 TV 채널을 통해 방송을 타면 그 자체 판매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도아드림' 브랜드와 이불, 베개, 침낭 등도 그런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고요.”
도아드림의 제품은 홈쇼핑만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아니다. 도아드림 홈페이지(www.doadarem.com)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사실상 쇼핑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 회사 매출의 60% 이상이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 매장 판매보다 직거래를 선호하는 마케팅도 전략인가요
“물건을 팔 때도 분위기라는 게 있습니다. 1990년대에 통신판매가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홈쇼핑이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그때그때 변화하는 분위기를 미리 읽고 쫓아가려 했습니다. 전략이라면 전략이죠. 통신판매도 했고 홈쇼핑, 쇼핑몰 등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알러지노 거위털 이불' 등 독특한 제품도 있네요
“진드기 방지 효과가 있는 제품이에요. 요즘 찾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재를 고급화한 실크 거위털 이불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보다 '다중구조 우모(羽毛)베개' 등 특허출원을 신청한 2건이 있는데 제품화되면 히트칠 겁니다.”
- 이런 신제품들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별도의 연구실은 없는 것 같은데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때로는 소비자들이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 직원들은 그야말로 1인3역을 하는 셈이죠. 얼른 회사를 키워 직원들의 여건이 더 나아져야 할 텐데….”
전사장은 회사를 침구업계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지닌 전문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이다. 독일이 수십년 동안 자체 브랜드를 키워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듯이 '도아드림'이라는 회사와 '까네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그렇게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런데 이때 전사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이 목표를 제가 못이루면, 저희 직원들 중 누군가는 하겠지요. 언젠가는 이 회사를 직원들이 이끌어가지 않겠습니까.”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그들로 하여금 1인3역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귀가 멍해졌다. 어느새 전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장실 안으로 들려오던 공장 소리들에 익숙해져, 조용한 것이 오히려 낯설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 등 뒤로 들려오는 기계음이 도아드림의 이불과 베개에 들어가는 거위털·오리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졌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