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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좋은제품 생산해 올림픽 특수로 연결 시켜야 한다”

중소기업 공공구매 활성화 전문가 토론회

김종택 "기업들 내수부진·원자재가격 인상에 고통"

김홍주 "제조업 비율 낮고 수도권 접근성 아직 취약"

박상규 "객관적 평가 통해 지역 우수업체 선정·홍보"

박승균 "규모 큰 中企 수주 쏠림현상 보완책 시급"

정진광 "올림픽 공사 도내 건설업체 참여 보장해야"

중소기업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이다. 모세혈관 덕분에 온몸 구석구석 영양분이 공급되듯 중소기업이 있어야 지역 경제의 순환이 이뤄진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임에 틀림없다.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는 강원도의 경우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와 강원일보는 제24회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중소기업 공공구매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토론자(가나다순)

김종택 강원지방중소기업청장

김홍주 도산업경제국장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박승균 도농공단지협의회장

정진광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장

■사회

유병욱 강원일보 경제부장

- 최근 도내 중소기업 상황부터 점검해 주시지요

◆박승균 회장=“지난해 말부터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각 회사를 방문해 들어보면 매출 규모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어요. 그래도 수출하는 기업들은 그나마 매출이 늘고 있는데 내수 중심의 제조기업은 이미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정진광 본부장=“매년 조사하는 경제지표를 보면 1~2월은 생산이 상당히 낮고 3~4월이 되면 좀 나아져요. 월별 수치상으로는 경기가 풀리는거죠.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별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더 안 좋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까지 경기가 제 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김종택 청장=“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내수부진입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을 꼽거나 자금 부족이라고 답하는 기업인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전망은 좋은데 실제 체감경기는 전망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심리적으로 많이 작용하는 듯싶습니다.”

◆박상규 교수=“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내수부진 등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입니다.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기업들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이지요. 다 똑같은 상황인데 유독 강원도 기업이 더 어렵다면 그에 따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강원도 기업이 갖고 있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김홍주 국장=“의료기기나 자동차 부품 분야의 매출 신장률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료기기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1년간 2~3배 매출이 늘어난 기업도 많아요. 하지만 어려운 기업도 상당수입니다. 자금이나 판로 확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도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 교수=“소위 말하는 경영전략 마인드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FTA가 잇따라 체결됐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FTA를 통해 '우리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경영전략을 짜는 게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인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김 청장=“FTA를 활용하려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합니다. 원산지 증명 교육현장에 가보면 100명 중에 기업인 수는 10%밖에 안 됩니다. 다른 지역은 100명 중 90%가 기업인이고 10%만 학생입니다. 타 지역과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박 회장=“미래 지향적인 것을 추구하기엔 도내 중소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어려운 기업이 제도권 밖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예요. 실제 어려운 기업은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반대로 잘되는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도 잘 해줍니다. 강원도에는 어려운 기업이 많으니 더 어려운 겁니다.”

◆김 국장=“지역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조업 비율이 낮고, 수도권 접근성 역시 아직 취약한 상태입니다. 인력부족 문제, 판로 확보 문제, 자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 그래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공공구매 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 국장=“도내에는 수출기업 비중이 작아서 내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경기가 나쁘면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야지요. 도내 물품을 쓰면 조금이라도 지역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니까요. 도내에 와 있는 중앙부처 기관과 대규모 기업이 같이 동참해주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 청장=“경쟁입찰 해놓으면 대기업들이 다 가져갑니다. 중소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지요. 중소기업 공공구매 제도는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공공기관만이라도 구매해달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강원도는 실적이 비교적 좋습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물품을 구매해준 덕분에 중소기업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박 회장=“중소기업 공공구매 제도 덕분에 그동안 중소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거죠. 하지만 이런 좋은 제도에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대부분 구매액의 다수를 차지하고, 소기업은 점점 소외되는 거지요.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 본부장=“실제 중소기업 경쟁품목에 대한 수주현황을 분석해 보면 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경쟁제도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 공공구매제도의 의의가 강원도에 적용되느냐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판로지원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소기업 수의계약제도가 도입됩니다. 이런 보완책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아직까지 이 제도가 잘 이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회장=“도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공공기관이 구매를 회피하는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도청이나 18개 시·군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됐습니다. 지역제품을 많이 구매해 주고 있어요. 하지만 대학이나 교육청 산하기관들은 아직까지도 회피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김 국장=“도내 국가기관을 포함해서 구매력 상위 20개 기관의 공공구매 실적은 68%입니다. 그런데 68% 중에 49%가 도내 중기제품이에요. 아직 부족합니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때문입니다.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김 청장=“물품 구매자들이 편의를 위해 기존의 구매 업체를 바꾸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공공구매제 위반사항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적발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공공구매 교육은 많이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박 교수=“'지역의 중소기업 제품을 불신을 했는데 사보니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나야 합니다. 가격도 괜찮고, 제품의 질도 괜찮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기본적인 기업가 정신도 없이 영업을 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적절한 평가를 통해 실적이 좋은 업체를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중소기업 공공구매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김 청장=“공공구매 기관에 대한 담당자 교육 인식개선에 노력하겠습니다. 관련 제도 모니터링을 해서 바로 시정조치할 수 있습니다. 99%는 거의 시정조치를 하기 때문에 효과가 큽니다. 공공기관들이 공공구매 담당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해요. 감사 기준도 완화해서 담당자의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김 국장=“첫째로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경영과 판로 등 총체적인 컨설팅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지역 유관기관과 구매력 상위 20대 기관에 대한 도내 상품 구매 확대 시책을 계속해서 중점 추진하겠습니다. 우수기관에는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사기진작 방안도 짜 보겠습니다.”

◆박 회장=“공공구매 활성화 방안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만큼 다들 인식은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안 되는 것만 찾으면 안 되는 것만 보입니다.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중소기업이 살 수 있도록 현장 담당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정 본부장=“'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요즘 화두입니다. 중소기업 공공구매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앞으로 실질적으로 건설 등 중소기업들이 2018평창동계올림픽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기관은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상생해 나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박 교수=“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통해 지역의 우수업체를 선정하고 홍보하면 강원도를 넘어 타 시·도에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인들도 기업가 정신 갖고 성실하게 제품 생산에 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리=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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