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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요칼럼]비트코인과 세계화폐

옥성수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

최근 들어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한 디지털화폐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28일 ,000/BTC를 돌파하고 그 다음 날 바로 ,242/BTC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의 가격이 /BTC 수준이었으니 11개월 만에 100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되던 2009년에 처음 거래된 가격이 5센트였다고 하니 그때부터 따지면 비트코인은 4년여 만에 2만4,840배나 오른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더불어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해킹, 비트코인이 저장된 하드웨어 분실,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당국의 단속 가능성 등의 불안정 요인은 일단 논외로 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지금과 같은 비트코인 가격의 폭등은 거품이 아닌가?”하는 것인데,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비교적 쉽다. 비트코인처럼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재화는 우발적인 뉴스에 따라 가격이 폭등했다가 급락하는 폭등-폭락 주기를 일으키기 쉽다. 이는 부동산, 귀금속, 고미술품 등 신규공급이 제한되고 기존 스톡 거래 위주의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주도한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비트코인 결제 중단 발표 직후 이틀 만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폭락하였다. 이러한 가격의 불안정성은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가능성에 치명적인 결격사유라고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은 '미래화폐'로서 기능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석학들 간에도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우선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국 상원청문회에 제출한 서신에서 “비트코인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급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11월 중 비트코인 가격급등의 한 계기를 제공한 바가 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화폐 발행의 권한을 남용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받아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하면서 “비트코인이 디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불황에 매우 취약한 '사이버 시대의 금본위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 단계 비트코인 열풍 속에서 얽어내야 할 세계화폐의 비전과 방향성은 크루그먼 교수의 비판 속에 포함된 '정부의 화폐 발행 권한의 남용에 대한 우려'와 '사람들이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비트코인의 원동력이며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극복해야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발명된 2009년은 미연준(FRB)이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로,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을 담고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화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이 시사하는 세계화폐의 비전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IMF 특별인출권(SDR)을 비트코인처럼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한 디지털현금 형태로 개발하여 유통시키는 것이다. 디지털 SDR과 교환된 각국의 화폐는 다시 각국의 국채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크루그먼이 지적한 문제점도 해소되고 환전의 필요가 없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명실상부한 세계화폐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력한 대체재의 등장으로 비트코인도 가격거품이 제거되고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 등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면 비로소 제대로 된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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