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개봉한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감독 피터 첼섬)'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일탈적인 '썸(?)'으로 스토리가 시작되지만 제목에서 보듯 우연에서 출발한 운명적인 사랑이 7년의 시간을 두고 전개된다.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관객에게 있으니, 필자가 이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 주제의 현실성 등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영역 밖의 일이다. 다만, 영화이야기로 서두를 꺼낸 것은 세렌디피티의 의미 때문이다. 영화의 주제처럼 우연히 만난 운명적인 사랑이 있듯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우연이 필연이 되고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경험을 한 번 이상쯤은 겪었을 만큼 세렌디피티적인 삶이 우리 주위에 많으나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쉽게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는 영국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1717~1797년)이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연이은 우연으로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된다는 페르시아의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들'을 읽고 만든 단어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영계는 물론 과학과 기술,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세렌디피티는 혁신을 통한 성공과 그 과정을 이야기할 때 핵심적인 주제로 설명된다. 만유인력, X선, 다이너마이트, 페니실린, 비아그라 등은 우연한 기회에 발견 또는 발명돼 인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 데이트 사이트로 시작된 유튜브, 이메일을 활용해 전자결재 시스템의 선구자로 도약했던 페이팔 등도 모두 세렌디피티의 개념을 상업화한 '우연을 성공으로 이끈 혁신기업'들이다. 실제로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들의 성공에는 '뜻밖의 행운인 세렌디피티 개념이 담겨 있다'고 고백했다.
세계적인 기업경영 컨설팅 회사 '왓 이프'의 맷 킹돈 회장은 2014년 말 한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I×I×I×I=I'라는 공식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었다. 그는 지난해 초 '세렌디피티'라는 제호의 책을 내놓을 만큼 세렌디피티의 열렬한 전도사이기도 하며 구글·삼성·현대·SK 등에 혁신을 컨설팅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가 소개한 이 공식은 Identify(정의)×Insight(통찰)×Idea(아이디어)×Impact(영향)=Innovation(혁신)의 첫머리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맷 킹돈은 “이 등식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인 까닭은 어느 한 요소가 0이면 전체 합계가 0이 되기 때문”이라며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연을 통찰하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단순한 아이디어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세렌디피티'의 공식은 '기회를 만드는 꾸준한 노력'이 전제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퀴리 부부가 피치블랜드 광석을 가지고 4년 동안 5,677단계의 농축과정을 거쳐 라듐을 발견한 것은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 기필코 성공해 내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굴해 내는 꾸준한 노력이 바로 세렌디피티의 올바른 개념일 것이다. 창의성,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출발점에 서 있는 Start Up 청년들은 물론 도약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기업에게 우연을 통해 혁신과 성공에 이르는 '세렌디피티'의 경험이 무수히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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