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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기획-코로나시대 가정폭력의 답을 찾다]가부장적 문화 여전…피해자 10명중 8명 여성

(하·完) 대화보다 폭력, 멍드는 가정

지난해 상담소 내담자 현황

여성 77%-남성22% 집계

코로나로 가정내 시간 늘고

경제적 어려움에 갈등 증가

결혼이주여성 피해 더욱 커

"부부간 폭력 엄연한 범죄

공적 영역서 예방 나서야"

가정폭력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강원도가 취합한 도내 가정폭력 상담소의 내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77%(2,003명)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남성 피해자는 593명(22.84%)으로 2019년 302명에 비하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성 피해자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가정폭력상담소·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폭력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도내 11개 가정폭력상담소 상담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4,524건이었으나 2019년은 6,691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은 7,884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 초 횡성에서 A씨가 남편에게 입은 가정폭력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큰 원인이 됐다. 코로나19로 남편이 가게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하는 등 수익은 불안정했지만 보험료, 자녀학비 등의 고정 지출은 줄지 않았다. 그 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인식하지 못했던 부부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 재정 갈등과 겹쳐 폭발했고 남편은 A씨에게 결국 손을 들었다.

특히 이주여성의 경우 언어 문제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해고 위기에 가장 먼저 내몰리면서 피해는 더 크다. 최근 춘천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던 결혼이주여성 B(30대)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남편의 수입도 불안정해지면서 다툼이 비롯됐고 남편은 B씨에게 폭력을 가했다. 지속적인 폭행에 집을 나온 B씨는 자립을 위해 일할 곳을 찾아다녔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란 역부족이었다.

가정폭력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관계자들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고 가정폭력을 범죄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화 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부부 간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도 포함돼야 한다”며 “언어폭력도 가정폭력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윤경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반영된 경우가 여전히 많다. 또 가정폭력을 사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범죄로 보고 공적인 영역에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피해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피해여성들을 단체로 지원하거나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1366 강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정에서 함께 있으면서 전화상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은데 상담을 할 수 있는 다른 채널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정기자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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