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중략)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람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세련된 언어, 이별과 희망을 동시에 다룬 역설법, 조국을 뜻하는 비유법 등을 두루 갖춘 한국 현대시 중 불후의 명작이다. ▼그가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간 것은 1896년, 17세 때였다. 이후 세상에 대한 관심을 참지 못하고, 시베리아와 만주 등지를 방랑하다 26세인 1905년이 되어 백담사에서 출가했다. 법명이 용운(龍雲), 호가 만해(萬海)가 됐다. 이곳에서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을, 1925년 ‘님의 침묵’을 집필한다. ‘님의 침묵’은 이듬해인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됐다. 그러니 올해 ‘님의 침묵’ 탈고 100주년, 내년은 발간 100주년이 된다. 시집에는 표제작 ‘님의 침묵’ 외에 ‘알 수 없어요’, ‘비밀’ 등 88점의 시가 함께 수록됐다. ▼내 나라가 없던 시절에 사는 삶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그는 불교 개혁을 부르짖은 승려였고, 독립운동가였으며, 빼어난 서정시를 남긴 시인이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시절 불굴의 투지와 용기로 당당하고 투철하게 산 올곧은 기백의 소유자였다는 증언이 많다. ▼‘님의 침묵’ 이후 100년, 많은 게 달라졌다. 대한민국이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애국지사들의 피와 땀 어린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제군은 ‘님의 침묵’ 100주년을 맞아 동국대와 공동으로 만해 인문학 아카데미를 비롯한 다채로운 얼 선양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백담사 탐방로’에 기대가 모아진다. 백담계곡 주차장에서 백담사·오세암을 연결하는 국내 최고의 1시간여 코스 청정힐링 탐방로가 연내 완공된다.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만해의 출가와 수행의 가장 근간이 되었던 공간을 자유로이 걸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에서 수심교 위 수만개의 별과 은하수를 느낀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곳은 최고의 역사·자연 체험코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