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일곱 번째 순서로 단상에 올라, ‘한반도 평화 구상’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전략을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약어로, 한반도의 적대와 대결 시대를 끝내기 위한 3단계 접근법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교류’에 대해 “남북 관계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확인된 불변의 교훈은, 교류와 협력이 곧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이라며 “단계적 교류 협력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남북 간 관계 발전과 함께, 북미는 물론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민감한 주제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이 과제가 결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의 중단 → 축소 → 폐기라는 3단계 실용적 접근을 통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평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남북 간 무너진 신뢰 회복과 상호 존중의 자세 전환”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상대 체제를 존중하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고, 일체의 적대행위도 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빛의 혁명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복귀 선언”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국민은 ‘빛의 혁명’을 이뤄냈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의지를 친위쿠데타조차 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며, 대한민국이 증명한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여정의 ‘빛의 이정표’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자주의 협력이 미래 열쇠…AI와 이민 정책도 책임 다할 것”
이 대통령은 글로벌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한 핵심 접근법으로 **‘다자주의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같은 문제를 겪는 국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댈 때, 평화와 번영의 미래가 가능하다”며 “유엔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자주의 협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내 모든 내외국인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건 등 국제 이민과 비자제도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또한, AI 기술 발전에 따른 안보 위협과 관련해서도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AI의 미래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라며 “‘모두를 위한 AI’가 국제사회의 뉴노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컬처는 보편적 공감…대한민국, 희망의 등불 들겠다”
연설 말미, 이 대통령은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은 K컬처의 확산은 인류 보편적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다른 국민이 협력해 지구적 도전을 극복하는 미래는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새 역사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국민이 들었던 오색빛 응원봉처럼, 유엔과 국제사회도 희망의 등불을 들어달라”며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및 체코 정상과 연이어 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우선 유엔본부 의장실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4일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교통 분야와 인프라 분야에서 양국의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도 "(지난번) 통화에 이어 이번에 이렇게 직접 뵙게 돼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역시 "지난번에 전화를 해 준 점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회담하며 양국의 관광 교류 등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을) 한번 뵙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체코의 프라하가 아주 유명한데 알고 계신가"라고 물었다.
파벨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 제가 출근하는 길에도 한국인 관광객을 굉장히 많이 만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