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2030년대 중·후반에는 우리 기술로 핵추진 잠수함 선도함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원종대 자원관리실장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에서 가장 핵심 난제였던 연료 확보에 관한 한미 간 협의가 진전돼 사업이 본격 추진될 여건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보고했다.
원 실장은 "현재 원잠에 탑재될 원자로, 무장 체계 등 원잠 건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 중이고 안전성 검증을 진행 중"이라며 "재래식 잠수함에 있어선 세계적 수준의 설계·건조 능력을 이미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확보한 핵심 기술과 국가역량을 결집하면 우리 기술로 원잠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원잠용 연료를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에 진입한다면 2030년대 중·후반에는 선도함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 추진 계획도 보고됐다.
원 실장은 "원잠 건조는 외교적 협의와 기술 검증, 산업 기반 마련 등의 다양한 과제가 포함된 대규모 전략무기 사업으로, 체계적 추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먼저 원잠 연료 공급에 관한 구체적 협의를 추진하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 실무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정부 역량을 결집해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TF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로를 잠수함에 적용하는 최초 사례인 만큼 안전 규제 관련 법령 등의 제도적 기반 구축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간 한미 정상 사이에 합의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산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뒤 가진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관련 질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린다"며 "당연히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관기관인 국무부, 에너지부와도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맹의 능력이 제고되길 원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대한민국은 모델과 같은 국가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이 더 강력한 능력, 최고의 능력을 갖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고 승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승인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자세한 말씀 드리는 게 적절하다고 보지 않지만, 앞으로 양국이 선의를 갖고 계속 토론해 긍정적인 결과로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 정부는 잠수함뿐만 아니라 수상함, 전투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위기 등에도 투입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전날 안 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동맹을 통해 한반도에서 안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해서 그것이 대한민국에 위해가 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고, 계속해서 핵 확장 억제를 동맹인 대한민국에 변함없이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미 양국 간 솔직한 대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대북 재래식 방어에서는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에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한국과의 협의를 거쳐 필요시 북한뿐만 아니라 역내 여러 위협에도 대응하는 임무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 정부의 방위비 지출 증가와 관련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안 장관이) 대한민국 정부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미사일과 사이버 등 필수 능력 부분에서 핵심적 군사능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말한 것에 대해 많이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특별히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미국 군함 수리와 유지를 직접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조선업뿐만 아니라 지상 장비까지 확대하는 것에 공감했다. 국방연구와 과학기술 분야의 협조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SCM에선 이재명 정부가 임기 중 실현을 목표로 내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 3단계를 거치는데, 현재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미는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일정과 함께 FOC 검증을 마무리하는 목표 시점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안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방비 증액 계획을 설명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