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감액됐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편성한 데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야당일 때는 불필요하고 여당이 되자 긴요해진 '내로남불'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불과 1년 전 '없어도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전액 감액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원을 슬그머니 되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2조4천억원으로 축소했던 예비비는 4조2천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며 "전형적인 내로남불 예산 편성으로, 삭감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광복회에 명확한 사업 계획도 없이 학술 연구를 명목으로 8억원을 편성하고, 협동조합 지원 예산도 16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며 "보은성 예산으로 삭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세 대응'을 명분으로 불투명한 정책금융 확장 예산도 편성했다"며 "산업은행 6천억원 등 정책 금융기관 예산을 1조9천억원이나 편성했지만, 운용 계획이나 성과 평가 체계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깜깜이'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불투명한 졸속 AI 예산도 대거 편성했다"며 "AI의 A만 붙어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난무하는 상태"라고 비꼬았다.
이들 예결위원들은 "지역화폐 등 '상품권 공화국' 예산 1조2천억원과 국민연금 연기금까지 끌어다 쓰려하는 국민성장펀드 예산 1조원 등의 '펀드 공화국' 예산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선심성 또는 국민 해악 사업 예산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경제 위기에는 모른 척 눈감고 오로지 인기영합적 예산 증가에만 몰두한 내년도 예산안은 희망을 절망으로, 경제 논리를 정치 논리로 바꿔 버린 민생 외면 예산"이라며 "이런 식의 재정 운용은 2∼3년 안에 '재정건전성 악화' 내지 '경제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철저한 심의를 통해 삭감 재원이 약자와 국민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사업의 증액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9월 23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난 달까지 집행한 특활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내역을 공개했다.
특활비 용처에는 대통령실이 인사 검증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보를 얻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게 접촉한 흔적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상태로 내각 진용을 짜고 한미 관세협상 등 중차대한 외교 일정을 준비했던 새 정부의 3개월이 특활비 사용처에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특활비 집행내역은 총 309건으로 7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총 4억6천422만6천원을 지출한 기록이다.
가장 많은 금액이 집행된 분야는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유형으로 총 1억5천800여만원이 쓰였다.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와 한일·한미 정상회담 등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위해 관련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대통령실은 '주요국 동향 정보 수집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7월 16일)에 450만원, '대북 정책 현안 정보 수집'(8월 6일)에 58만원, '한미동맹 현안 정보 수집'(8월 7일)에 64만원을 썼다.
외교 활동비 지출은 이 대통령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8월 23∼28일을 전후한 기간에 집중됐다.
8월 24일에는 '통상 협상 관련 의견 청취', '대미 외교 네트워크 구축' 등 명목으로 약 880만원이 지출됐다. 다음 날에도 '외교·안보 전문가 좌담회' 등 명목으로 약 990만원이 쓰였다.
8월 16일에는 '외교 안보 활동 자문 용역' 명목으로 3천만원이, 8월 4일에는 '안보 관련 네트워크 관리' 명목으로 1천만원이 일거에 지출되기도 했다.
7월 18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네트워크 구축' 비용으로 200만원이 쓰였다.
인사·공직기강 관련 지출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인사검증 수요가 집중되는 임기 초 이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실 내부에서 분주히 움직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7월 21일과 7월 25일 '인사검증 관련 정보·의견 수집' 명목으로 105만원과 114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8월 1일∼11일에도 같은 명목으로 총 6차례에 걸쳐 573만원을 썼다.
'공직비위 관련 정보 수집' 명목으로도 3차례에 걸쳐 총 282만원이 쓰였으며 '인사 등 정보 수집', '인사 네트워크 구축' 등에도 특활비가 쓰였다.
이밖에 '정무 현안 관련 정보 수집·관리', '정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교류', '민심 및 여론 청취' 등 여당·정부·대통령실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고 민심을 살피기 위한 특활비 집행도 다수 있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드는 경비로 별도의 지출 증빙이 필요하지 않다. 그 때문에 '깜깜이 예산'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