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스크린 속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서사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자, 단종의 유배지 영월도 전국의 시선을 받고 있다. 문화 콘텐츠 한 편이 지역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는 장면이다. 수치는 그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다. 개봉 직후인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장릉 1만6,491명, 청령포 2만4,055명, 선돌 3만9,469명 등 8만15명이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070명과 비교하면 7배가 넘었다. ▼장릉과 청령포 일대는 연일 방문객으로 붐비고, 지역 상가와 음식점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감돌고 있다. 그러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영화의 흥행은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영월이 ‘국민관광지’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또 다른 노력과 준비를 요구한다. 관광객이 몰릴수록 안전관리와 교통 동선, 주차 질서, 관광 안내 체계는 더욱 정교해야 한다. 한 번의 방문이 불편으로 남는다면, 7배 증가라는 수치도 오래가지 못한다. 영월군은 단종의 역사 자산을 관람형 관광에 머무르지 않고 체험과 체류형 콘텐츠로 확장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장릉과 청령포를 잇는 스토리텔링 코스 개발, 야간 프로그램 운영,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상품 기획 등 구체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군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친절과 질서, 합리적인 가격은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바가지요금이나 무질서한 주차, 안전 소홀 같은 작은 균열이 쌓이면 어렵게 얻은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관광객을 손님이 아닌 ‘다시 찾아올 이웃’으로 맞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600만 관객과 8만15명의 발걸음은 영월에 주어진 분명한 기회다. 이 흐름을 단발성 반짝 효과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관광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는 결국 지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영화가 불씨를 지폈다면, 그 불을 지켜내고 키워가는 일은 영월군과 영월군민 모두의 몫이다. 영월이 스스로의 가치를 더 단단히 다져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