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수 극작가가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강릉96’에 담긴 염원을 풀어냈다. 그의 희곡은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내린 ‘제35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에서 연극으로 구현됐다.
‘강릉96’은 1996년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배경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당한 이들의 삶을 현재와 교차했다. 화해와 연대, 치유의 가치를 담은 희곡은 배우들의 호흡과 떨리는 목소리, 곧은 눈빛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전윤수 작가는 “강릉96은 꼭 그 시절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며 “그 시간 속에 남겨진 사람들, 혹은 남겨진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로 1996년의 강릉을 기억하는 분들에게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고자 한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희곡과 연극의 관계는 미묘하다. 연출과 연기에 따라 희곡은 새로운 옷을 입는다. “작가로서 나의 역할은 끝났으니 나머지는 연출가와 스태프, 배우, 관객들의 몫”이라고 운을 뗀 전 작가는 한 명의 관객으로 연극 을 바라봤다.
전윤수 작가는 이미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베사메무쵸’, ‘식객’, ‘미인도’ 등 다수의 흥행작을 연출한 감독이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도 연극은 새로운 무대였다.
그는 “배우들을 보며 육체적 소모가 매우 많은 희곡이라는걸 깨달았다”며 “배우들의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고 소모되는 작품이었는데, 그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으로 고스란히 전달됐기를 바란다”고 웃어보였다.
‘강릉96’은 하반기 춘천연극제와의 협업을 통해 한 차례 더 무대에 오른다. 이후에도 보다 많은 무대를 통해 작품은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흐려지지 않을 희곡의 본질은 무엇일까?
희곡을 써내려가며 가장 강조한 지점을 묻자 전 작가는 “지금은 늙은 노인이 됐지만 상처 입은 남북의 군인이 작은 아파트 거실에서 전쟁 놀이를 하고 결국 종전 선언에 이르게 되는 모습”이라고 꼽았다.
“비극적 사건 속에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으며, 화해와 미래 나아가는 장면이 관객들에게도 사랑 받는 장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는 “이념과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무게로 바라보며 신명나는 ‘화해의 굿’ 한 판을 관객들도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