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주요도심 곳곳에 설치된 바닥형 신호등이 고장 난 채 장기간 방치되며 오히려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개월 넘게 파손된채 방치되면서 안전을 위해 도입된 시설이 오히려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밤 춘천시 후평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사거리.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횡단보도 앞에 선 보행자 5명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거리에 설치된 바닥형 신호등 7곳 중 1곳은 고장난 상태였다.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김모(20)씨가 길을 건너려다 자칫하면 우회전하는 차량에 부딪힐 뻔했다. 김씨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바닥 신호등을 보게 되는데 신호등 일부 블럭이 고장나거나 빨간불과 파란불이 동시에 들어와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과 350m 떨어진 춘천시 후평동의 또 다른 사거리에도 바닥형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만 1년째 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바닥형 신호등은 ‘스마트폰 보행자’를 위한 대표적 안전시설이다. 실제로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로 전방 주시가 어려운 보행자가 늘면서 전국적으로 설치가 확대됐다. 강원도 역시 2019년부터 도입해 춘천 32곳, 원주 31곳, 강릉 16곳 등에서 운영중이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바닥형 신호등은 차량 충격과 외부 환경에 취약한 시설인데 정기 점검이나 유지관리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춘천에만 후평사거리, 남춘천초, 성림초 인근 등 주요 지점의 바닥형 신호등이 심각한 노후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일부는 전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5년 기준 바닥형 신호등 고장 수리 관련 민원만 52건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설 개선은 미뤄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바닥형 신호등 1곳을 교체하는 데 2,000만원가량이 든다”면서 “사거리나 오거리처럼 설치 면적이 넓은 곳은 예산이 4~5배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닥에 설치되는 시설 특성상 충격에 취약해 고장이 잦고, 유지·보수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교통체계를 확대 뿐만 아니라 시설·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바닥형 신호등은 보행자가 도로 경계선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해 안전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며 “스마트 LED 교통시스템 도입이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지자체가 유지·보수 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