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을 심고 정원을 가꾸며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는 ‘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서적 돌봄과 정신건강 회복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찾은 춘천시 신북읍의 고은원예치료센터. 이곳에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여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화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는 회원들로 정신건강 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감자 모종을 심었던 지난 수업에 이어 이날은 ‘틀밭 가꾸기’가 진행됐다.
활동에 앞서 참여자 4명, 윤승미 간호사, 실습생 2명, 김영숙 고은원예치료센터 대표가 실내교육장에 마주 앉았다. 근황 나눔 시간이 시작되자 말수가 없던 회원들도 하나둘 입을 열었다. “드라마 허준을 보고 있다”는 말에 몇 화를 봤는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회원들은 옥수수차를 앞에 두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었다.
긴장이 풀린 회원들은 농장 안 공동정원으로 이동했다. 한 사람이 흙을 고르면 다른 사람은 허브와 꽃을 심었다. 상추와 쑥갓을 심는 위치를 정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물을 주는 일도 분담했다. 허리를 숙여 흙을 만지고 모종을 옮기는 동안 굳어있던 몸이 풀렸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그렇게 3명씩 조를 이룬 회원들이 총 3개의 틀밭을 함께 완성했다.
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회원들의 자신감이 한 뼘씩 자랐다. 한 회원은 “집에 가면 오늘 심은 상추가 생각날 것 같다. 잘 자라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은 “조장을 맡아서 사람들과 함께 꽃을 심어보니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부 회원은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스트레스 지수가 활동 이후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참여자들은 활동을 통해 천천히 치유의 과정 속으로 들어왔다. 김영숙 고은원예치료센터 대표는 “농업은 공동활동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책임감과 효능감을 느낀다”며 “오감을 열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속에서 참여자들이 ‘좋다’, ‘예쁘다’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현재 치유마을 23곳, 치유농장 40곳을 운영 중이다. 치유농업이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 회복의 공간으로 주목받으면서 치유농업시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오는 10월 ‘치유농업센터’를 열어 치유농업 활성화에 속도를 낸다. 도 단위 거점기관을 확충해 전문인력 교육, 참여자 상담, 대상별 맞춤 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미진 강원도 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은 “강원도 특화작목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치유농업을 강원 농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