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백년대계를 결정해야 할 수자원 정책이 비과학적 아집과 루머에 휘둘려 길을 잃고 있다. 강릉의 젖줄인 남대천 16km 생명선은 사계절 각기 다른 자연의 변화를 겪으며 상습적인 용수 부족 위협에 시달리는 반면, 이웃한 도암댐에는 5,100만 톤이라는 풍부한 수자원이 쓰이지 못한 채 4반세기 동안 갇혀 있다. 이 극단적인 모순의 원인은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연현상을 오해한 ‘닫힌 생각’이 물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인의 주장은 도암댐의 탁수와 냉수(저온수)가 유입되면 하류 유역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댐의 물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생명공학 및 수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탁수와 냉수로 인한 피해 해소는 결국 이 수자원과 방류 시설들을 인간이 어떻게 조작하고 이용하기에 달려있다.
도암댐의 탁수 문제는 댐 구조상 하부 비상방류 터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해법이 있다. 밀도가 높아 바닥으로 가라앉는 고밀도 탁수층을 유입 즉시 조기에 집중 배출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이용하면, 탁수의 저수지 내 체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하류 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 냉수 피해 역시 댐 내부의 수온 층 형성을 활용하는 ‘5단 다단 취수탑’을 이용하면 해결된다. 계절과 목적에 맞추어 수온별로 선택 취수한 뒤, 오봉댐을 이용한 ‘조정지’에서 외기와 동화시키는 완충 과정을 거치면 수생 생태계에 미치는 수온 리스크는 해소된다.
‘물은 가둬두면 상하고, 모래와 자갈 사이로 흘러가게 하면 자정작용으로 수질이 좋아진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자 진리다. 지금 도암댐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은 물의 본질이 아니라, 동·서쪽 물길을 모두 잠근 채 4반세기 동안이나 순환을 차단해 온 인위적 봉쇄다. 생각을 바꾸어 수온이 낮은 동절기 6개월만이라도 동·서쪽 물길을 먼저 열어보라. 녹조 우려가 없고 흙탕물 걱정도 없는 이 시기의 수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면, 그간의 비과학적인 루머는 잠재워질 것이며 실증 데이터 앞에 닫힌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자연현상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예산이 낭비되고 시민이 고생한다. 최근 거론되는 연곡 지하댐 개발 등은 임기응변일뿐 결코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도암댐과 오봉댐 두 댐의 수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총 6,530만 톤의 저수량을 조절하고 무효방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대천에 태고 이래 없었던 일일 30만~45만톤의 청정 수류를 상시 확보할 수 있다. 시민들이 마실 수돗물 원수는 남대천의 모래 대수층을 활용한 친환경 강변여과 공법을 도입해 미세 토사와 유해 물질을 완벽히 걸러내면 된다.
두 댐을 중심으로 서쪽 정선 수계는 방류 방법을 달리한 분수 공원과 유휴 터널 등을 연계한 ‘생태관광’에 주목해 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동쪽 강릉 수계는 식수·농공업용수·생활용수를 남대천 축에서 효율적으로 개발해 완전한 용수 자립을 이뤄야 한다. 나아가 한여름 해안의 냉수대 유입이나 기상 악화 시 발생하는 해양 관광의 단점을 남대천 16km 민물이 가진 정온함의 장점으로 상호 보완한다면 도심 경제 축을 다시 강력하게 살려낼 수 있다. 민물의 가치와 바닷물의 가치가 상호 보완될 때 비로소 영동의 번영이 찾아온다.
이제 닫힌 물길을 열어 흐름과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탁수와 냉수는 두려워할 기피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생명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자연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라. 그것이 바로 강릉의 수자원 자립을 이루고 하천의 생명선을 살리는 위대한 백년대계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