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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칼럼]법은 사회갈등의 만능 해결열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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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우 춘천지방법원 판사

◇한경우 춘천지방법원 판사

필자의 학부 전공은 지리교육이었고, 지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실제의 공간을 축약하여 표시한 지도였다. 그런데 거대한 구형태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3차원의 공간을 조그만 2차원 평면의 지도에 옮기게 되면, 필연적으로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들의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직사각형의 세계지도는 지형의 높낮이를 표시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남북의 방위를 정확히 표시하여 지구본을 억지로 펼치다 보니 극지방으로 갈수록 면적이 실제보다 커지는 왜곡 때문에 극지방의 그린란드가 실제로는 14배나 넓은 아프리카 대륙과 비슷한 크기로 보일 정도다.

 이에 지도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찾은 방법은 용도에 따라 필요한 정보에 집중한 여러 종류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등산이나 탐험을 위해서는 산의 모양이나 경사 같은 다양한 지형이 표시된 지도, 항해를 위해서는 다른 왜곡을 감수하더라도 방위가 정확한 지도, 세계 여러 대륙의 분포를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륙의 모양과 크기의 비율이 정확한 지도 등을 각각 만들어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각각의 지도에 대하여 현실 그대로의 반영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과 용도에 한정하여 유효한 지도라는 한계를 인식할 때에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이제는 학부 전공과는 다른 법조 분야에서 지도는 잘 쓰지도 않으면서 지도 이야기를 먼저 한 것은, 법 역시 지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일부를 반영할 뿐, 온전히 완벽하게 반영한 도구가 아님에도, 이를 잊어버린 채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법대로 해보자면서 모든 갈등을 법과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많아졌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법은 수많은 규율이나 규범 중에서도 공권력을 통해 강제되는 규율만을 대상으로 한정될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작용을 특정한 관점에서 특정한 목적으로 규율한다.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를 처벌하는 아동복지법 규정은 아동과 타인의 상호작용이라는 복합적인 행위 중 ‘아동의 복지를 보장한다는 목적’이라는 한쪽 측면에서 규율한 것인데, 아동에 대한 적절한 훈육, 학교생활에서의 규율 등과 같이 형사처벌이 부적절하거나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다른 측면에까지 위 법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사건들이 생기면서, 교육현장의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갈등이 발생하는 모든 측면에서 촘촘히 법을 제정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도 없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생 간의 갈등을 폭넓게 규율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하여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까지 재판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정도가 심한 학교폭력에 대한 법의 규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친구들끼리 다투면서 화해하고 사과하는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교육과정의 일환인데, 이제는 친구들과 화해하고 사과하는 방법과 절차까지 법과 재판이 정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방향의 성장과 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시 지도에 비유하자면 법은 우리 사회의 갈등에 관한 다양한 종류의 지도 중 공권력이 반드시 필요한 규율이라는 목적과 기능을 가진 특수한 지도일 뿐이다. 법 외에도 본연의 기능과 목적을 가지는 학교 및 교육시스템, 지역공동체, 나아가 정치적 협상과 타협 등 사회갈등에 관한 다양한 지도들의 복원 내지 정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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