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정치일반

공적자금 특감결과 의미

-공적자금 관리체계 대수술 불가피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 결과가 29일 발표됨으로써 「눈먼 돈」이란 비판을 받던 공적자금 운영실태의 총체적 부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특감 결과 공적자금 조성·관리를 맡은 정부와 공공기관,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기관, 이로부터 돈을 빌린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와 허점이 규명됐을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 현상도 극명하게 노정됐다.

 ◇공적자금 조성·관리 책임=이번 특감에서는 공적자금 조성과정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지적됐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부터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경부는 그동안 상황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들며 공적자금 조성상에는 과오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특감결과 재경부는 당초 부실채권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아 공적자금을 부족하게 조성한 뒤 『추가조성은 없다』고 발표, 금융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먹칠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예금보험공사도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대상이 아닌 실적배당신탁 상품에까지 무리하게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의 자산·부채 실사도 소홀히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액수를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예보와 함께 공적자금 집행의 실무를 맡은 자산관리공사도 부실채권을 고가 또는 중복 매입해 공적자금 부담을 가중했다.

 이와함께 이들 기관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과 부실책임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법정관리 등 기업갱생절차 추진 기업에 대한 중간평가도 하지않아 퇴출 지연으로 인한 부실 증가의 우려를 낳고 말았다는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공적자금은 「쌈짓돈」=국민이 혈세를 모아 최후의 회생 수단으로 내 준 공적자금을 자신의 사욕을 위해 써버리는 모럴해저드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번에 감사원이 찾아낸 금융부실 책임자와 금융부실을 초래한 기업주의 은닉재산은 7조1,500억원에 달해 그동안 예보와 금융감독원 등이 가압류한 은닉재산(9,700억여원)의 7배를 넘는다.

 파산위기에 몰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이 임직원에게 무이자·저리 대출을 해주는가 하면 보수를 대폭 올리고 후생복지비를 과다하게 늘리기도 했다.

 또 계열사에 대출, 그 돈으로 후순위채를 매입하게 함으로써 자산건전성을 높이거나 부실경영으로 여신한도 감축대상으로 찍힌 기업에 추가대출을 해준 사례도 적발됐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간 부실기업의 임직원 3,400여명은 모두 6조원이 넘는 돈을 본인명의로 보유하거나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하면서도 정작 꾼 돈은 갚지 않는 한편 골프와 도박 등 호화사치성 해외여행 등 파렴치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체계 대수술 불가피=공적자금의 총체적 부실상이 드러난만큼 관리체계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과 부실책임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공적자금의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예보와 금감원, 검찰이 산발적으로 부실원인을 조사해왔지만 이번에 큰허점이 발견된 만큼 정부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적자금 부실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특감에서 감사원이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만 해외재산 도피와 첨단 금융상품을 활용한 자금세탁 등을 발본색 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또 정부도 과거 준비미비로 인한 공적자금 낭비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한편 조성·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자동차 등 대규모 부실기업에 대한 매각 등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추가 공적자금 조성의 여지도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함께 공적자금 조성·관리의 실무조직인 예보와 자산공사에 대해 시급히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 투입 성과=그러나 이번 특감 결과가 공적자금 자체에 대한 부정론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공적자금은 외환위기 직후 현저히 약화된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을 회복시켜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았을 뿐 아니라 예금보호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씻어줌으로써 경제활동 전체의 마비사태를 예방했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공적자금은 자금투입 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지만 길게보면 안정적인 경제성장 기반조성에 기여함으로써 세수의 증대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 완화로 연결되는 「선(善)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공적자금이 지난 98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900조원 가까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경제손실을 300조원 수준에서 방어, 경제성장에 600조원 가량 기여했다고 추정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