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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시평]안락사·존엄사 다시 생각해야

최근 식물인간 상태의 장애아로부터 산소호흡기를 제거한 아버지가 살인죄로 입건되었다거나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식들로부터 병원이나 해외에 버려지는 노인들 기사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옛날 게르만인들 사이에는 만성병자를 죽이는 풍습이 있었고, 로마에서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노인을 밀쳐 떨어뜨리는 풍습이 있었다.

게다가 그리스인들은 노인이나 환자로 사회의 짐이 되는 사람들을 고통없이 죽음으로 인도하였다.

동양의 경우 미얀마에서는 불치병환자를 익사시켰으며, 인도에서는 소생 가능성이 없는 병자를 가족이 환자의 코와 입을 흙으로 막아 갠지스강에 던졌다.

일본은 싸움터에서 치명상을 입고 고통스러워 할 경우 동료를 편안하게 죽이는 행위가 의협적이고 동정적인 것으로 여겨 관습화 되었고, 이것이 할복(割腹)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여진족은 부모가 늙어서 걷지 못하게 되면 자루에 넣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단 한발의 화살로 쏘아 죽일 수 있어야 효자로 칭송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견해가 있으나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여하튼 고대사회에서는 넓은 의미의 안락사가 이미 진행되어 불치병 환자나 노인을 집단구성원들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안락사란 아름다운, 편안한, 선한 죽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최신 의료기술로도 치료 불가능한 말기환자를 선한 동기에서 환자의 극심한 고통을 완화시키면서 평온하게 죽게 하는 경우이다.

안락사는 본인의 죽음에 대한 승낙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명을 단축시키므로 현행법상 살인죄에 해당된다.

또한 존엄사란 의식불명 상태로 고통이 없는 식물인간의 생명연장장치나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로 안락사와 구별되나 역시 살인죄에 속한다.

식물인간 상태란 대뇌의 기능장애는 있으나 뇌간이 살아있어 호흡이나 순환, 대사기능과 체온조절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식물적 기능은 살아 있는 경우이다.

또한 운동이나 감각, 기억과 사고 등 동물적 기능이 상실된 상태로 손발을 목적없이 조금 움직일 수 있으나 옮겨 다닐 수 없는 지속적 상태를 말한다.

오직 하나 밖에 없고 오직 한 번 밖에 있을 수 없는 살 권리는 천부적이고 절대적인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는 남에게 줄 수 없으며 또 침해해서도 안 되는 권리이나 현실적으로 정당방위나 사형제도 등으로 침해를 받기도 한다.

안락사나 존엄사는 이러한 살 권리에 대하여 편히 죽을 권리, 인간답게 죽을 권리로 대립되는 개념이다.

안락사나 존엄사를 긍정하려는 학자들(다수설)의 이유는 대체로 이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부합된다고 보는데 있다.

우리 형법(제20조)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안락사나 존엄사가 사회적으로 타당하여 윤리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행위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보통 때에는 윤리적으로 부합되지 않지만, 말기환자의 극심한 고통과 함께 죽음이 임박한 경우이거나 치료가능성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 등 특수상황에서는 윤리에 어긋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친족의 간병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경제적 고통, 의사의 과잉치료도 부수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존엄사의 경우 환자의 의식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이있고, 병세가 악화되어 생명력이 극히 감퇴될 경우이며, 생명의 연장이 비인도적이라고 인정되어 근친자의 승낙이나 식물인간 상태를 예견한 환자의 의사표명이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나 미국의 오리건주, 영국, 스위스는 약물 등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나 홍콩, 대만은 존엄사를 법과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실제로 식물인간 상태에서 수년 후에 의식을 회복한 사례도 보도된 적이 있다.

안락사나 존엄사를 긍정하는 이론은 안락사나 존엄사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극한상황에서 선택되어지는 필요악이라고 하나 물질문명의 발달과 황금만능주의의 팽배로 인한 생명경시 풍조를 고려할 때에 속사술이나 죽어지는 권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동림 강원도중학교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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