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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힘내라 강원경제]자체 브랜드 `메디케어' `마리오루찌' 출시

춘천시 퇴계동 `조은제화'-조덕용 대표 "독창적 기술로 승부할 것"

춘천시 퇴계동 퇴계농공단지에 위치한 '조은제화'에 들어서면 우측에 판매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제조업체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시설은 회사에서 생산하는 구두를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이름만 대만 금방 알 수 있는 국내 유명 제화회사에 생산의 90% 이상을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매장을 통해 자체 브랜드인 '메디케어'와 '마리오루찌'를 판매하고 있었다. 춘천시민들에게는 무려 30%를 할인해 주고 있다.

한때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주목을 받았고, 생산되는 구두를 안정적으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가 왜 춘천으로 와 고급 구두를 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을까.

조덕용(55) 조은제화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전체 매출 90% 이상 국내 유명 제화회사와 거래서 발생

OEM 방식이 아닌 직접 구두디자인·기능 향상시켜 판매

‘공기 순환·방수’ 관련 특허…주민과 상생하는 회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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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고급 구두를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시민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09년 춘천으로 이전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었어요. 그러던 중 올해로 접어들면서 회사도 그런대로 안정돼가고해서 매장을 설치했죠. 주민에게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홍보한다는 취지도 있었고요. 요즘은 그래도 꾸준히 찾아옵니다.”

- 1995년에 경기도에서 창업을 하셨더군요. 10년 넘게 수도권에 있다가 갑자기 춘천으로 오게 된 배경은 뭡니까

“성남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어요. 1998년 IMF를 겪은 이후 경기도 광주로 이전해서 10년 정도 운영을 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 4월에 개성공단으로 다시 옮겼습니다. 인건비도 쌌고 여러 가지 조건이 괜찮을 것 같아 갔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실패를 했습니다. 꼭 1년 만에 개성공단에서 철수했죠. 춘천을 선택하게 된 것은 공장 이전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가 마침 지금 이곳에 부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춘천~서울 고속도로도 개통됐고 복선전철도 생긴다고 하기에 얼른 이전했습니다.”

- 개성공단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회사가 안정화되면서 좀 더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개성공단에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공장과 시설 등을 포함해 그때 약 30억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 그때 조은제화가 사실상 개성공단에서 나온 1호 업체로 소문이 났었는데, 왜 나오신 겁니까

“가서 보니까,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회사 대표인데도 공장 출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직원들 관리가 힘들었어요. 개성에서만 인력 충원을 하다보니 경쟁력도 없고 결근율이 15%까지 됐습니다. 1년을 지내다 보니 큰일나겠다 싶더라고요.…그런데, 이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는데요?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고….”

조 대표는 개성공단에 대한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말문을 닫았다. 아직도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있는데다 최근 악화된 남북상황으로 인해 개성공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칫 의도하지 않았던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분명한 것은, 조 대표의 경우 개성공단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철수했다는 점이다.

- 왜 구두회사로 사업을 시작했나요

“1990년대 초반에 유명 제화회사 외주 공장에 취업하게 됐어요. 이 회사에서 경리, 자재, 운전기사 등등의 일을 제가 다 했습니다. 6년 정도 일을 했는데 이 회사와 거래하던 대기업 담당이 저를 잘 봤는지, 제게 그러더라고요. 별도로 회사 차려보지 않겠냐고. 자기네가 마침 거래업체를 더 늘릴 생각인데 직접 회사를 차리면 적극 도와주겠다면서요. 자신감도 있었고, 그래서 창업했죠.”

- 전에 있던 회사에서 싫어했겠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별도 회사를 차리고 나서도 그 회사의 업무를 봐 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그 회사는 남성신발 전문이었는데, 저는 여성신발을 생산했어요. 부딪힐 일이 없었죠. 물론 지금은 남성화 위주로 만들지만요.”

- 춘천으로 이전한 후 1년 정도가 지났는데, 어떻습니까. 장단점이 있지요

“일단 입지조건은 괜찮습니다. 수도권과도 가깝고 물류 쪽은 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인력확보 때문에 지금껏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60명을 채용했는데 전부 여성 근로자만 오더라고요. 젊은층과 남자는 거의 안 옵니다. 그러다보니 생산성이 정상적인 때에 비해 60% 정도밖에 되질 않아요. 최근에 45~55세 남성들만을 10명 채용했습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중이죠.”

- 매출의 대부분이 대기업 납품으로 발생하는 것 같은데, 좀 불안하지는 않습니까. 그쪽에서 거래를 중단해 버리거나 하면…

“그런 염려가 있죠. 지난해 매출이 61억원이었는데 이 중 90% 이상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생긴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그 회사의 일방적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구두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기능을 향상시켜 개발한 신발을 그쪽에서 사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OEM(주문자생산방식)과는 다르죠. 그래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습니다. 건강을 키워드로 한 기능성 신발인 '메디케어'와 일반 구두인 '마리오루찌'를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중국에도 수출 계획을 갖고 지금도 계속 접촉 중이에요.”

- 지금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뭡니까

“다른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자금 문제죠.뭐. 개성공단에서 나오면서 입은 피해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좀 그렇긴 한데 이제 거의 해결이 됐습니다. 또 하나는 조만간 춘천과 원주, 강릉 등에 직영지점이나 대리점을 모집, 운영하려 하는데 지금 저희 공장 매장에서 너무 저렴하게 구두를 판매하다 보니 대리점을 내더라도 가격 문제가 좀 걸립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 중입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주시지요.

“가장 중요한 것이 자체 브랜드의 육성입니다. 저희 구두를 가만히 보면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거든요. 공기를 통하게 한 것인데 물은 들어오지 않아요. 또 뒤축을 꺾어 신어도 금방 복원되고요. 이런 게 다 저희가 같고 있는 특허예요. 현재 3~4개의 특허를 출원 중인데 남들이 하지 못하는 기술로 승부를 낼 생각입니다. 3년내에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지역, 그리고 주민들과 상생하는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조은제화는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지역의 장애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춘천교도소와 재소자 취업계약도 체결, 재소자를 대상으로 기술을 지도하면서 임금도 지급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두를 살 기회가 있다면, 그 어떤 메이커 업체보다 가장 먼저 '조은제화'가 떠오를 것 같았다. 이름만큼이나 좋은 기업이 춘천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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