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깜한 땅 속에서
하나라도 잃을까 봐
꼭꼭 손 잡고 있다
…
재고 쌓인 농가 돕기 나선
최 지사 '완판 신화'는
바로 연대의 힘이었다
올망졸망/ 감자 식구는 많기도 해/ 깜깜한 땅 속에서/ 하나라도 잃을까 봐/ 꼭꼭 손 잡았네.
뿌리 맨 끝에 숨은/ 아기 감자까지도/ 손 놓칠까/ 꼭 쥔 그 마음.
홍천 출신 고(故) 민현숙 시인의 시 '감자'의 일부분입니다. '깜깜한 땅 속에서 하나라도 잃을까 봐 꼭꼭 손 잡고 있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감자가 연대와 협력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 결국 벽을 넘는다'고 묘사한 도종환 시인에 의해 담쟁이가 연대와 협력의 상징이 되었듯이 말이죠.
“감자는 온몸에 씨눈을 갖고 있어 온 사방으로 고르게 싹을 틔웁니다. 누구도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도 차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최문순 지사는 평소 감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 지사에게는 감자가 사랑과 포용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문순 지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감자 농가를 돕기 위해 창고에 쌓여 있던 강원도 감자 판매에 나섰습니다.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포켓팅(포테이토+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는 뜨거운 열기 속에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바로 연대와 협력의 힘이고 사랑과 포용 덕분입니다.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는 아마도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위기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우리가 '글로벌 연대'를 선택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서민들은 감자로 주린 배를 채우며 힘겨운 시간을 넘겨왔습니다. 그래서인지 평범한 이웃의 삶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던 서민 화가 박수근 화백과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도 감자가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번에도 감자가 상징하는 연대와 협력, 사랑과 포용의 힘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손에 손을 꼭꼭 잡고.
글=심은석기자 hsil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