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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감자 1kg 팔아봐야 손에 쥐는 건 단돈 400원”

농민들 가격 폭락 시름 속 `걱정반 기대반' 올 농사 시작

지난해 생산물량 급증 영향

아직도 창고엔 재고 100톤

강원도 핵감자 완판 이슈 등

가격 상승 조심스럽게 기대

지난 24일 찾은 춘천시 서면 신매리는 도내에서 감자 농사가 가장 빨리 시작되는 곳이다. 이미 몇몇 밭고랑에는 까만 비닐이 덮여 있었고 농민들이 구멍을 내며 씨감자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봄을 맞아 고운 흙으로 새롭게 단장한 감자밭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렸고 농민들은 올해는 감자 값이 좋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감자 값 폭락으로 고통을 겪은 농민들은 걱정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춘천에서 10년 넘게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49)씨는 “강원도 감자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와중에도 농민들의 시름은 줄지 않는다”며 “감자 한 상자에 5,000원씩 판매할 경우에는 택배 값과 상자비를 지원받는다 해도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100g에 40원 남짓한 푼돈”이라고 말하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실제 지난해 20㎏ 중품 감자 가격은 4만5,131원이었던 2018년의 절반 수준인 2만5,295원으로 폭락하면서 농민들을 한숨짓게 했다. 창고 안에 쌓인 감자가 썩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서 도내 곳곳에서는 보관하고 있던 감자를 갈아엎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춘천의 경우 지난해 비교적 품질 좋은 감자가 생산되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춘천농협 박영동(41) 계장은 “아직 100톤의 감자가 남아 있지만 4월 초까지 모두 판매할 예정”이라며 “감자 값이 해마다 들쑥날쑥해 고품질 감자 생산에 사활을 걸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선복 춘천시 감자품목회장은 “감자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워 무조건 저장을 해 두는 농가가 늘어나는 만큼 저장고 용량 증설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올해 감자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원도에서 저렴하게 판매한 '꿀맛 핵감자'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감자 수급을 담당하는 지선우 연구원은 “지난해 감자 가격이 폭락한 주요 원인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감자 재배량에 대한 수급 조절이 다소 이뤄진 만큼 지속적인 영농 교육을 통해 생산량과 품질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서화기자 wiretheasia@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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