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람을 흔히 '감자바위'라고 부른다. 언뜻보면 친근함의 표현인 것 같지만 사실 강원도 지역과 주민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해석된다. 강원도 사람들로서는 떨쳐내고 싶은 말이다.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동곡 김진만 선생이 “강원도가 더 이상 '감자바위'나 '암하노불(巖下佛·바위 밑의 오래된 불상:산골에 사는 착하기만 하고 진취성이 없는 강원도 사람을 이르는 말)'로 불리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곡상을 제정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강원도는 언제부터 '감자바위'로 불리게 됐을까. '감자바위'라는 별칭은 적어도 70년 이상 사용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감자바위'가 처음 등장하는 기사는 1956년 6월5일자 동아일보 2면이다. 해당 기사에서 강원도 사람을 예전부터 '감자바위'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시기보다 한참 전부터 쓰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감자가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감자바위'로 연결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설도 존재한다.
본보 2008년 1월16일자 8면에 보도된 김철수 시민기자의 기사에 이에 대한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1920년대 일제는 무기 생산을 위해 강원도 금강산 등지의 광산에서 주석 채굴에 열을 올렸다. 당시 광산에 몰래 잠입해 채굴한 주석을 팔던 날품팔이들이 있었다. 잠입한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한 날품팔이들은 “강원도 금강산에 주석 캐러 간다”는 말 대신 “강원도에 감자 캐러 간다”는 말로 바꿔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강원도 감자바위'라는 암호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강원도에 감자가 처음 재배된 곳이 금강산 인근(회양군)이라는 점을 활용한 지혜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권순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