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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4·15 총선 막전막후]친박-비박 갈등 권성동 희생양…`꽂으면 당선' 패배 자초

(1) 통합당 권성동 컷오프와 홍윤식의 전략공천, 배경은

사진=연합뉴스

공관위 갈팡질팡 끝 결국 배제

강릉 경시 안일한 전략공천 한몫

홍윤식, 황 전대표측 권유 출마

4·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전국적으로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강원도민들은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4석, 무소속 1석이라는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형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선거 훨씬 전부터 각 당에서 후보 선정과 관련한 수많은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했고, 이 과정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개인들의 운명을 뒤바꿔 놓으면서까지 밀어붙인 끝에 나온 결과였다. 강원일보는 2월 중순부터 후보 결정을 둘러싸고 급박하게 돌아갔던 총선 막전막후 스토리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올 2월27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강릉 권성동 국회의원 진영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날 새벽 3시 동아일보 인터넷판에 '통합당 공관위, 3선 권성동 공천 배제 논의'라는 기사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권 의원을 경선에 참여시키지 않고 컷오프시킬 것이라는 소문은 그 이전부터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오래된 갈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당시 통합당 지도부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됐던 김재원, 윤상현, 민경욱(나중에 공천) 등 현역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시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색깔을 빼려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친박계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보수진영 분열의 책임이 비박계에도 있는데 왜 친박들만 출마를 막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타깃이 된 것이 '권성동'이었다.

권 의원은 2017년 탄핵 정국 당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를 대리해 소추위원을 맡았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당연직으로 맡은 것이었지만, 친박 입장에서는 권 의원이 탄핵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표출됐다. 다수의 공관위원들은 “원만한 공천을 위해 권 의원을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 당시만 해도 공관위 내부에서는 김형오 위원장과 김세연 의원(당시 공관위원)만이 권 의원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다행히 주광덕 의원 등에서 “강원도에서 민주당 이광재 바람을 막을 사람은 권성동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최소한 경선의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지만, 권 의원은 끝내 컷오프됐다. 3월10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권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결정하면서 “시대의 강을 건너려면 밟고 지나가야 할 다리가 필요했다. 권 의원이 그 다리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의 상징인 권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 공천 배제를 했다는 뜻이었다. 결국 권 의원은 무소속을 선택했다.

통합당의 안일한 판단도 한몫했다. 강릉이 워낙 보수성이 강한 지역인 만큼 누구를 내려보내도 당선될 것으로 본 것이다. 더욱이 홍윤식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략 공천에는 국무총리로 모셨던 황교안 전 당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성격의 홍 전 장관이 아무런 준비가 없음에도 출마한 데에는 황 전 대표 정도의 권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전 장관은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다. 그리고 강릉은 무소속 권성동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유병욱기자 newy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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