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9,240명 중 8,759명 동의, 동의율 94.7%.
강원도 내 요양병원, 요양기관 종사자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예방 접종 동의율 조사 결과다. 전국 평균은 93.6%로, 전국과 강원도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이들이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아주고,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불신과 불안을 호소하고 심지어 억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타 제품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는 백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접종해야 한다니 억울하고 두렵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들의 억울함은 단순히 백신 접종에 대한 감정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의 모든 과정과 사회경제적 자원 배분에서 소외됐다는 분노다. 실제 요양병원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병상 부족으로 인해 빈번하게 집단 격리 대상이 됐으며, 병원 안 노동자들은 그때마다 손쓸 수 없는 환경에서 환자가 악화되는 무력감과 감염의 공포를 감수해야 했다.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요양병원 종사자와 환자뿐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코로나19가 노동과 인권, 수도권 집중현상이라는 한국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가격한 것처럼 같은 영역에서 백신 접종을 놓고도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치료병원 현장에서는 청소 노동자와 배식노동자, 그리고 진료행위를 보조하는 여러 비정규 노동자가 백신 접종 우선대상에서 제외됐다. 진료 보조를 위해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다고 해도 '보건의료인'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보다 이른 시기 결정된 백신접종센터 선정 과정에서는 지방 차별 문제까지 대두됐다. 강원도는 전국 지방권역 중 유일하게 접종센터 설립 대상에서 배제됐고, 접종 대상 의료진들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까지 먼 거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방역당국은 “안전하고 신속한 접종”을 위한 일이었다고 변명했지만, 효율이라는 포장지 안에 싸인 수도권 중심주의와 지방에 대한 차별을 덮을 수는 없었다.
백신 접종은 비단 과학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지식과 자원이 총동원되는 일종의 '정치' 과정이다. 예방 접종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과 사회적인 불신은 한국사회가 이 '정치'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 여당이 'K-방역'의 겉모습에 취해 경솔한 발언을 일삼고,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동안 다양한 집단의 지혜를 모아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기회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제라도 우리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누가, 어디서, 언제 접종 대상이 돼야 하고, 내가 속한 집단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를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할 공론장이 필요하다. 시민이 주체가 돼 전문가와 동일한 지위에서 사회적 문제를 결정하고, 모두가 충분한 정보 속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날이 바로 집단면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곧 집단면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