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코스피가 5일 장 초반 4,000선 아래로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7개월 만에 발동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3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194.88포인트(4.73%) 내린 3,926.86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로 출발해 4,000선을 내준 뒤에도 낙폭을 키워 한때 3,867.81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은 소폭 줄어든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조1천543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반면 9천932억원, 2천57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천370억원 '팔자'를 나타내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가 동반 급락한 충격에 국내 증시도 덩달아 하방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밖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최근 오름폭이 컸던 데 따른 부담 역시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6.58%)가 9만8천원대로 밀려났으며 SK하이닉스(-7.17%)도 급락해 54만원대로 내려섰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3.91%), 현대차(-5.07%), 기아(-4.20%), 두산에너빌리티(-11.06%), HD현대중공업(-7.23%)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다수가 약세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6.69%), 운송장비(-6.35%), 기계장비(-8.86%) 등 대다수 업종이 하락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2.94포인트(4.63%) 하락한 883.63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7.29포인트(0.79%) 하락한 919.28로 출발해 낙폭을 늘리고 있다.
알테오젠(-5.10%), 에코프로비엠(-5.13%), 에코프로(-6.27%), 레인보우로보틱스(-10.82%), 펩트론(-5.34%) 등이 내리고 있다.
HLB(0.93%), 엘앤씨바이오(0.52%) 등은 상승 중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차례로 발동되기도 했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30.35포인트(5.20%) 하락한 552.80이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4월 7일 이후 7개월만이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가 함께 발동된 건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당시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대형 기술주가 동반 급락한 충격,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관련한 불확실성 증대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또, 10월 한 달 동안에만 20%대의 역대급 급등을 기록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이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메가톤급 이벤트가 잇따랐던 지난주 이후 신규 호재성 재료가 부재했던 점도 주가 조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장을 보면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조정을 맞으니 꽤 몹시 아픈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식 매도 후 위험관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구간이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과거 역대급 강세장이나 불장이라고 해도 고점 대비 10% 내외의 조정은 나왔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기업 기익과 같은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새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 모멘텀 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폭락장이라며 '패닉셀'(투매)에 나서는 건 지양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 연구원은 조언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시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1.17%와 2.04%의 낙폭을 기록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가 전날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7.94%나 급락한 것이 AI 버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재점화했다.
이에 AI칩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96% 내렸고, AMD(-3.70%), 테슬라(-5.15%), 알파벳(-2.16%), 브로드컴(-2.81%), 아마존(-1.83%), 메타(-1.59%), 오라클(-3.75%) 등 다른 AI 관련 대형 기술주도 조정을 받았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를 웃돌고 이른바 매그니피센트9(M9) 기업들의 시총 비중이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전날 홍콩 금융관리국 주최 금융서밋에서 캐피털그룹 CEO가 '기업실적은 강하지만 밸류에이션이 문제'라고 평가한 데 이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CEO도 이에 동조하며 조정은 시장 사이클의 정상적 특징이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 '빅쇼트'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도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게시했는데, 기관투자자 보유기분 공시(F13)를 통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 매수 사실을 공개했고, 이에 팔란티어는 호실적과 연간 가이던스(예상 전망치) 상향에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안 연구원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