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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에 대한 제언

박윤미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박윤미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주말 아침, 동네 시장에 나가면 형형색색의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매대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쪽 구석에는 조금 못생긴 당근이나 크기가 들쭉날쭉한 사과가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정겹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농산물은 대부분 정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유통에서 제외되거나 헐값에 거래된다.

이렇게 외면받는 농산물이 바로 ‘못난이 농산물’이다. 모양, 크기 등이 기준에 맞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지만, 맛과 영양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보기 좋은” 것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농산물은 그대로 버려진다.

문제는 농산물의 외형이 농민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농가가 못난이 농산물로 입는 손실은 연간 최대 5조 원에 달하며, 폐기 비용만도 6,000억 원에 달한다. 무·당근 등 주요 채소는 약 15%, 복숭아·배 같은 과일은 20%가량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정상품과 동일한 생산비용이 들지만, 시장에 나오지 못하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니 농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영세농과 고령농의 경우, 이러한 손실은 곧 생계 위협으로 이어진다.

환경적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출하되지 못한 농산물이 퇴비화나 매립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힌다.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낭비되는 에너지와 자원의 양도 막대하다. 못난이 농산물의 문제는 단순히 ‘판매되지 못한 상품’이 아니라 경제와 환경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손실인 셈이다.

이제는 외형이 아닌 본질을 볼 때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꼭 ‘보기 좋은 모양’을 가질 필요는 없다. 못난이 농산물은 단지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났을 뿐, 농민의 손끝에서 정성껏 길러진 값진 결실이다. 이러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다가설 수 있다면,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얻으며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제도적 뒷받침, 특히 조례 제정이다. 충청북도는 이미 재작년 '못난이 농산물 상표 사용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해 자치입법 우수상을 수상했고,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올해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포장재 개발, 운송 및 안전성 검사, 홍보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아직 이러한 조례가 없다.

따라서 이제는 강원자치도의 실정에 맞는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조례가 제정되면 도에서는 유통 구조 개선과 판로 개척 지원, 공공급식과 복지시설 등 지역 소비처 연계, 포장·가공 등 부가가치 산업 육성, 나아가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과 관련 홍보, 그리고 온라인 거래와 브랜드 개발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결과 농민에게는 새로운 판로와 안정적인 소득원이, 도민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의 신선한 먹거리가 제공될 것이다. 또한 폐기물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 등 환경적 효과도 함께 기대된다.

조례 제정은 단순한 입법 절차가 아니다.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바로 세워 농민의 삶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도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이에 강원자치도가 앞으로 「못난이 농산물 유통 활성화 조례」 제정을 통해 농가 소득 보장, 친환경 자원 순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실현을 선도하는 모범 자치단체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필자 역시 도의원으로서, 못난이 농산물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농가와 도민이 함께 웃는 강원을 만들기 위해 입법과 정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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