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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첨단소재 '석탄 경석', 이대로 방치해선 안 돼

2억4,000만 톤 ... 80% 강원도에 적치
판매 권한 법적 근거 법안, 15개월째 표류
道·산림청·정부 협력,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석탄산업의 몰락 이후 수십 년간 강원자치도의 폐광지역에 방치돼 있던 석탄 경석이 이제는 첨단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 폐기물로 치부되던 경석이 세라믹, 단열소재, 3D 프린팅 자재, 심지어 우주항공과 국방까지 아우르는 산업 자원으로 변모한 것은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전환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회를 앞두고 있음에도 관련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산업화가 발목 잡히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전국에 쌓여 있는 석탄 경석은 2억4,000만 톤에 달하며, 그중 80% 이상이 강원자치도 폐광지역에 몰려 있다. 오랜 기간 환경문제를 유발하며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였던 경석이 이제는 3,300억원에 이르는 산업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은 2024년 체결된 ‘석탄 경석 규제 개선 업무협약’이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뒤이어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을 개정함으로써 경석은 명실상부한 산업 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2년간 정부에 규제 해소를 요구해 온 강원자치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본 셈이다.

그러나 산업화의 문턱에서 소유권과 판매 권한을 둘러싼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대다수 경석이 국유림 내에 적치된 탓에, 폐광 이후 해당 부지는 산림청 으로 귀속됐고 이에 따라 경석 역시 산림청의 소유로 간주되고 있다. 그 결과 수십 년간 경관 훼손과 환경 피해를 감내해 온 지자체는 실질적인 소유권과 수익 배분에서 소외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협의를 통해 판매 권한은 강원자치도가 위임받기로 했으나 여전히 법적 근거가 미흡한 상황이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경석 판매 권한 이양이 포함돼 있음에도 이 개정안은 15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아무리 기술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 해도 경석은 산업 소재로 시장에 공급될 수 없다. 판매 권한이 법적으로 명확히 이양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이 불가능하고, 입찰을 통해 거래가 이뤄질 경우 가격이 높아져 산업계가 경석 활용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성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다. 경석의 경제적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강원특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며 판매 절차의 합리적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산업용 자원으로 사용되는 경석이 지나치게 고가로 책정될 시 기업들이 수익성 문제로 경석 사용을 기피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이럴 경우, 경석 산업화는 또다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성과 산업 경제성의 균형을 고려한 판매가격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 경석 산업화는 단순히 폐기물 재활용의 차원을 넘는다. 이는 폐광지역 재생의 시금석이며, 강원자치도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기능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다. 강원자치도와 산림청, 중앙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관련 입법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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