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역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의 작은 기차역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 강촌역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데 2010년 전철이 개통되면서 생긴 지금의 역사, 그 이전 식당과 펜션·민박이 성업했던 강촌 번화가 초입의 옛 강촌역이다.
한 때는 연간 100만 명이 넘게 찾던 강촌은 대학생 엠티(MT)의 성지로 불리며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젊음이 가득했다. 통기타를 들쳐 맨 청춘들이 설렘을 안고 강촌에 발을 들일 때도, 전날의 숙취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강촌을 떠나갈 때도 거쳐간 곳이 옛 강촌역이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던 8090 노랫말 속 춘천으로 향하는 경춘선, 그 중에서도 강촌은 청춘을 대변한다. 그야말로 옛 강촌역은 지나간 젊음과 그 시절의 낭만이 깃든 유산이다.
옛 강촌역은 북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간이역으로 시작해 1990년 대 강촌역의 상징과도 같은 피암터널이 만들어졌다. 열차 선로를 감싸듯 덮은 피암터널은 승강장으로 사용됐다. 터널은 아치형 창이 빼곡히 뚫려 컴컴한 터널 내부를 햇빛이 비추는 구조다.
특히 터널 안쪽 벽은 락카와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과 글자를 표현한 그래피티 작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그래피티 문화가 청춘의 성지 강촌에 스며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지럽게 그려진 낙서들과 폐철도선로, 낮은 조도가 어우러져 내뿜는 독특한 분위기는 옛 강촌역 피암터널을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 케이팝(K-POP) 콘텐츠 촬영 장소로 각광 받게 하고 있다.
■강촌의 쇠락을 함께 맞다=옛 강촌역은 강촌을 상징하는 공간이면서도 강촌의 쇠락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지금의 강촌역이 번화가와 동떨어진 방곡리로 자리를 옮기고 대학생 MT 문화가 서서히 바뀌어가면서 강촌의 열기는 식어갔다.
강촌역 이용객은 전철 개통 후 수 년 만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고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0명을 간신히 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강촌 일대 펜션과 민박, 식당들의 줄폐업은 지역의 커다란 문제가 됐다.
지난 10여 년 간 추억이 깃든 옛 강촌역 일대를 문화, 예술 방면에서 활용하려는 구상들이 이어졌지만 시설 노후도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또 강촌 일대를 관광 특구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까다로운 지정 요건에 끝내 가로 막혔다.
■옛 강촌역 관광 자원으로=오래도록 잠들어있던 강촌은 최근 활력을 되찾을 길이 열렸다.
옛 강촌역 피암터널 일대가 국가철도공단의 철도 유휴부지 관광자원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다. 이번 사업은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철도 폐선 부지, 교량 하부 공간 등 유휴 국유지를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춘천시는 옛 강촌역과 백양리역 사이 4㎞ 폐철도 구간에 '걷고 머무는 강촌'을 테마로 한 관광 콘텐츠를 조성할 계획이다.
피암터널 내부는 아트월과 미디어아트, 포토존 등이 설치되고 이 일대를 묶은 봄내길 7코스에 감성 쉼터를 만든다. 옛 강촌역사는 현재 춘천역에 설치된 트래블아일랜드와 같은 여행자 쉼터를 설치해 지역 상권과 연결을 강화한다.
옛 강촌역 주변은 레일바이크와 북한강 자전거길, 구곡폭포 관광지, 엘리시안 강촌리조트, 제이드가든 등 관광 자원이 인접해있어 연계 효과도 기대된다. 경춘선 ITX와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IC를 통한 수도권 접근성도 높다.
국가철도공단은 옛 강촌역 일대를 두고 "경춘선 열차가 달리던 터널의 옛 정취와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보길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적 특색을 살린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피암터널 사업이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강촌의 옛 명성과 새로운 감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새 생명 얻는 강촌=특히 춘천시는 강촌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 시작된 대학생 MT 지원 사업은 지난해 33개 대학에서 2,000명 이상의 참여자가 몰리면서 상권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대학생 단체 방문시 숙박비와 체험비 일부를 지원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 호응이 높다.
이와 함께 춘천시는 2029년까지 강촌리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펼친다.
이번 사업은 강과 호수를 낀 강촌의 자연 환경을 살려 '미래형 정원문화 관광지'가 중심 테마로 정해졌다. 강촌에 남이섬과 상중도 호수지방정원을 연결하는 거점 정원을 조성해 호수정원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강촌 일대에 디지털미디어아트 전시 시설과 정원 광장, 생태 체험장, 정원놀이시설, 가든레포츠 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춘천시는 주민 의견 수렴과 지역 대학, 기업, 유관 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지역 자원에 기반한 특화 재생 계획을 수립했다. 올 3월 국토부 평가를 거쳐 사업이 최종 확정된다.
또 북한강을 끼고 강촌, 남이섬과 인접한 남산면 방하리 일원은 관광지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
남이섬과 춘천을 직접 연결하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수변 이색 체험시설, 테마 숙박시설, 문화 골목형 상가, 플로팅 스테이지 등 차별화된 복합 콘텐츠가 들어설 예정이다. 스카이바이크, 트리탑로드 등 이색 체험 시설과 호수 조망형 숙소를 구상 중이다.
강촌 깊숙한 골짜기 구곡폭포는 체험형 산림 힐링 관광지로 거듭난다.
춘천시는 구곡폭포 관광지 조성 사업을 통해 폭포 입구에서 폭포까지 향하는 보행로에 골짜기 지형을 이용한 1㎞ 연장의 트리탑 탐방로를 조성하고 조명을 설치해 야간 경관을 구현한다. 트리탑 탐방로는 숲 위를 걷는 체험 시설이다. 이 밖에 전망 휴게소와 야영장, 조경 휴게지, 야생화 정원과 생태 습지, 생태 연못 등의 휴식 공간이 조성된다. 기존 보행로에 구곡폭포의 전설을 스토리텔링 한 구곡혼 이야기 포토존과 주·야간 테마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가면 2028년까지 공사가 이뤄진다. 사업비는 140억원이 투입된다.
'흐드러지게 피다'는 말이 어울리는 메밀꽃밭도 강촌 출렁다리 일대 1만2,000㎡ 규모로 조성돼 새로운 볼거리를 더한다. 막국수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춘천의 색채에 맞는 관광 콘텐츠 발굴을 위한 노력이다. 춘천시는 메밀꽃이 만개한 6월 강촌 메밀꽃페스타를 개최하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문화형 축제를 열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아름다운 수변 풍광을 가진 강촌은 사계절 관광, 체류형 관광지로서 가능성이 높다"며 "인프라 개선, 콘텐츠 발굴, 지역 맞춤형 축제 기획으로 강촌 관광의 명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