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탈북 청소년 직업대안학교인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영우 이사장이 분단의 현장에서 30여 년간 마주한 사람들과 통일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신간 ‘경계 너머, 사람을 만나다’를 상재했다. 이 책은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오다 인생의 후반부를 탈북 청소년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기로 결심한 한 실천가의 기록이다.
저자의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한 그는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대표해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 설치된 외환은행 초대 지점장으로 부임하며 북한 땅을 밟았다. 난생처음 마주한 북한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체제의 모순과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체제는 나쁘지만 사람은 정겹다”는 사실이다.
책은 당시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었던 경수로 원자력발전소가 완공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북한 주민들과 부대끼며 느꼈던 생생한 소회를 담고 있다. 귀국 후 은행 부행장을 끝으로 은퇴한 그가 선택한 길은 안락한 노후가 아니었다. 그는 ‘고난의 행군’ 이후 남한으로 넘어왔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탈북 청소년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못했다.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그는 전 재산을 털어 춘천에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설립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을 ‘정신적 고아’로 규정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에서 얻은 트라우마와 가족 해체로 인한 상처가 깊기 때문이다. 해솔직업사관학교가 공부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유다. 치유가 선행된 후에는 철저한 ‘기술 교육’이 이어진다. 저자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취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배경보다 실력을 요구하는 기술이야말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졸업생들은 건축, 설비, 기계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자립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책은 남한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열등감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의 메시지는 더욱 묵직하다. 그는 통일은 정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북한의 변화는 우리와 만나는 양에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통일 담론이 점차 관념적으로 변해가는 이 시대에, 30년 세월을 바쳐 몸으로 써 내려간 소중한 기록이다. 지와수 刊, 256쪽, 1만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