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어느 마을에서는 오늘도 포성이 창문을 흔든다. 군용비행장 1개소와 군 사격장 10개소가 들어선 이 접경 군(郡)에서 주민들은 일상의 항공기 소음과는 다른, 순간적으로 가슴을 치고 가는 충격음과 가옥의 벽을 갈라놓는 저주파 진동을 수십년째 견디고 있다. 국가는 이 피해에 대해 매월 3만원에서 6만원 사이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2010년 대법원 판례가 정한 금액 그대로 16년째 단 한 푼의 인상 없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38% 올랐고 최저임금은 2.5배 가까이 뛰었다. 농촌 살림과 직결되는 등유값은 49% 상승했다. 그러나 군 소음 보상금만은 그대로다. 주민들에게는 보상이 아니라 ‘참고 살라’는 통보에 가깝다.
문제는 동결 그 자체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같은 대한민국 영토에서 같은 국가가 운용하는 시설로부터 같은 소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어느 법의 적 용을 받느냐에 따라 받는 지원의 크기가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벌어진 다는 사실이다.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는 민간 공항 인근 주민들은 현금이 아닌 8종 패키지 ‘방음창, 냉방시설, 전기료, TV 수신료, 학교 방음, 주민복지, 소득증대 사업’ 그리고 1종 구역에서는 토지매수 청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다. 운용 주체와 보상 주체가 분리 되어 있고 재원은 일반회계와 항공사·공항공사 부담금으로 안정적으로 조성되며 5년 주기 주민지원 중기계획이 법정 의무로 이해된다.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은 다르다. 진입 기준은 더 엄격하고 지원은 정액 현금 단 한 항목이며 감액 규정이 광범위 해 전입 시기·근무지·실거주 일수에 따라 보상금이 깎인다. 운용도 보상도 심의도 모두 국방부 한 곳이 맡는다. 전용 재원도 주민지원 중기계획도 토지매수 청구권도 물가 연동 조항도 없다. 같은 보상의 외피를 두른 두 법률이 8개 측면에서 일관되게 한쪽으로만 기운다. 이 비대칭을 한 사람의 생애로 환산하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감액 규정을 적용해 한 자리에서 30년을 살아온 주민 1인의 누적 지원을 환산해 보면 공항 인근 주민은 약 1,200만~2,000만원, 군 소음 지역 주민은 130만원 안팎에 머문다. 어림잡아 9~15배의 골이다. 이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기 이전에 헌법의 문제다. 같은 국가의 소음 피해를 입은 국민을 시설의 종류만으로 합리적 사유 없이 차등 대우하는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소음 지역 고시와 동시에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지가가 무너지는 현실은 헌법 제23조 제3항이 요구하는 ‘정당한 보상’의 잣대 앞에 월 3만원이라는 금액이 지나치게 오래 멈춰 서 있었음을 상기한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명시한 제35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접경지역 단체장과 22대 국회에 건의한다.
첫째, 보상금을 소비자물가지수에 자동으로 연동되도록 법문화해야 한다. 국민연금법과 기초연금법이 이미 채택한 자동조정 방식이다. 2010년 동결 분의 일괄 보정 → 매년 1월 자동 갱신 → 5년 주기 종합 재조정의 3단 구조면 충분하다. 둘째, 전입 시기와 근무지를 이유로 한 감액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 평생을 그 땅에서 살아온 원주민과 국가의 명령으로 배치된 군인 가족의 보상금이 깎이는 현행 구조는 지방소멸 대응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셋째, 현금 보상을 넘어 방음·냉방·주민지원 사업 등 공항소음법 수준의 패키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사격 진동을 소음과 같은 보상 대상으로 편입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16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보상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고 평등은 거리에 따라 깎이지 않는다. 새로 출범하는 접경지역 단체장과 22대 국회의 책상 위에 이 오래된 숙제가 올라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