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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청탁’ 없는 자연에서 청렴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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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태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장

◇신정태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장

 

봄의 화사했던 꽃잔치가 지나간 자리에 어느덧 녹음이 짙어지며 계절은 여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 시기 북한산의 생명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산행에 나서다 보면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온 산을 가득 메운 수많은 신록이 마치 반가운 손짓을 하듯 탐방객을 맞이한다. 이 찬란한 푸르름 속에 서 있으면 문득, 시대를 초월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이양하 선생의 명수필 <신록예찬>의 한 구절이 가슴 속 깊이 메아리친다.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이 없다.” 이 말처럼 맑고 흐림의 구별 없이, 저마다의 잎사귀가 제 빛깔을 마음껏 뽐내며 하나의 거대한 숲을 이루는 모습은 바라보는 이의 지친 마음까지 투명하게 씻어내 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공정함’에 있다. 신록은 부유한 자의 넓은 정원이라고 해서 더 푸르른 빛을 발하지 않으며, 가난한 자의 초라한 오두막이라고 해서 그 싱그러운 빛을 거두지 않는다. 북한산을 찾는 모든 탐방객에게 아무런 대가나 차별 없이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는 자연의 숭고한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청렴(淸廉)의 본질과 깊게 맞닿아 있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의 의무는 단순히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 소극적 행위’를 넘어선다. 진정한 청렴이란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치우침 없이, 국민 전체를 위해 본연의 임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초록에 맑고 흐림의 경계가 없듯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우리의 행정서비스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소외됨 없이 투명하고 평등해야 한다.

 국립공원은 현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한민국 공공의 유산이다. 그렇기에 이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국립공원공단의 역할과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생태계를 빈틈없이 보전하고 고품격 탐방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행정 과정에서 ‘청탁이 없는 초록’의 정신을 엄격하게 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청렴 실천 과제를 가슴에 품고 나아가고자 한다.

 첫째는 ‘투명한 소통’이다. 여름날의 숲이 자신의 속내를 훤히 내보이며 건강한 생명력을 뽐내듯, 우리의 모든 업무 처리 과정과 의사결정 절차 또한 국민이 명확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정보의 개방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야말로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첫걸음이다.

 둘째는 ‘엄격한 자기 절제’다. 신록이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조화로운 숲의 생태계를 이루듯, 공직자 개개인이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자각과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자기 절제가 조직 전반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청렴하고 건강한 조직문화가 완성될 수 있다.

 셋째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포용’이다. 숲은 하나의 수종으로만 이루어질 때보다, 다양한 나무와 풀, 그리고 수많은 생명이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건강하고 견고해진다. 우리 조직 또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와 존중으로 연대할 때 내부 청렴도가 향상되고 나아가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산은 오늘도 변함없이 묵묵하게 청량한 초록을 키워내고 있다.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그 어떤 누구에게도 특혜를 주지 않으며, 스스로 정한 대자연의 질서를 엄격히 지켜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공직자가 걸어가야 할 청렴의 가치를 다시금 배운다.

 “초록에는 청탁이 없다”라는 이 위대한 문장을 오늘 하루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본다. 자연이 우리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교훈에 발맞추어, 때 묻지 않은 신록처럼 맑고 깨끗한 공원 관리와 한결같이 공정한 탐방서비스로 국민 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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