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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15만원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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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사회체육부 기자

◇고은 사회체육부 기자

농어촌 기본소득이 강원 농촌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았다. 정선군이 도내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화천군은 시범사업 2차 공모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모에서 탈락한 군에서는 단체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만큼 정책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강원도는 이제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 균형발전’을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 말한다. 균형발전이 당위적 구호를 넘어 국가가 투자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정부가 강한 정책 의지를 보인 만큼 논쟁도 활발했다. 보편 지급이 타당한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분담 비율이 적절한지, 현금성 지원이 포퓰리즘으로 흐르진 않을지 따져볼 문제가 많다. 다만 2년간의 시범사업이 첫발을 뗀 지금, 정책의 실제 효과는 15만원의 행방을 따라가야 보인다. 

정선 주민들은 변화를 서서히 체감하고 있었다. 정선군 임계면에 사는 순자씨는 기본소득이 도입된 후 한 달에 한 번 가던 미용실을 보름에 한 번 찾게 됐다. 장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지역 농협에서 대파부터 이쑤시개까지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샀지만, 요즘은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생필품은 따로 남겨둔다. 손님 발길이 뜸하던 슈퍼에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가게 주인 용화씨도 오전 9시부터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월 15만원이 주민들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을 촉매로 농촌에 사람이 모일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3만3,000명대까지 떨어졌던 정선군의 인구가 사업 도입 반년 만에 3만5,000명 선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정선군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총 전입인구 2,140명 중 674명에 달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물론 이 변화만으로 정책 성공을 단정하긴 이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닌 지역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본소득 효과는 식당, 마트, 병원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사용하는 1차 소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소비가 지역 생산과 창업, 생활 서비스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정책 과제는 명확하다.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마중물이 반짝 소비된 후 사라지지 않고 지역 안에서 돌고 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이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농촌을 지탱해온 주민 자치와 공동체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지역 소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기본소득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과 연계한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어르신들에게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비처가 부족한 면 지역에서는 마을 기업이 이동장터를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촌을 살리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그러나 지역으로 들어온 돈이 생산과 서비스, 일자리와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선이 보여준 초기 효과와 앞으로 화천이 만들어갈 실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본소득의 성패는 지급 이후의 순환 구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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