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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학폭, 처벌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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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이영욱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학교폭력은 집단화·흉포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건강한 인성을 함양해야 할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대학 입시와 취업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제재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입시 평가에 반영되면서 이를 이유로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피해 학생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과연 처벌 강화만이 최선의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청소년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아이들을 미성년자라고 부른다. 이 시기의 청소년은 미숙한 판단과 충동으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은 바로 그러한 실수를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물론 잘못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 책임을 묻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반성하고 변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그 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고, 이후 대학 입시와 취업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낙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들이 심의 결과에 승복하기보다 행정심판이나 소송, 재심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 과정이 교육적 지도보다 법적 다툼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법의 영역에서 ‘일사부재리’라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학교폭력 사안 역시 피해 회복과 책임 부과라는 목적을 넘어 학생의 미래까지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창 시절의 잘못이 평생의 족쇄가 된다면, 우리는 그 학생에게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학교는 법정이 아니다. 학교의 본질적 기능은 처벌보다 교육에 있다. 잘못한 학생에게 책임을 묻되,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만약 응보 중심의 접근만 강조된다면 학생들은 교훈을 얻기보다 낙인과 좌절 만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가 학교폭력을 정당화하거나 가해 학생을 옹호하자는 뜻은 아니다. 피해 학생 보호는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인성교육과 공동체 교육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다만 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해법은 처벌과 함께 교육적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 참여하며,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이다. 피해 학생의 회복과 가해 학생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학교는 교육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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