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가볍게 툭 건드려서⋯여기 도착지 선택을 누르면 되나요?” “발권하기 버튼이 안 보이는데, 돋보기 기능은 어떻게 켜요?”
23일 춘천교육문화원에서 열린 강원인재원의 ‘찾아가는 인공지능(AI)·디지털 문해교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앞에 삼삼오오 모여 화면을 직접 눌러보며 사용법을 익히는데 여념이 없었다. 식당이나 버스터미널에서 키오스크를 마주할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배움의 열정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희끗한 흰머리에 파마를 한 13명의 어르신들은 먼저 키오스크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익혔다. 메뉴, 테이크아웃, 옵션, 사이즈 등 낯선 단어에 밑줄을 긋고 발음을 따라했다. 가장 어색한 것은 ‘터치’ 동작이었다. 연필과 종이에 익숙한 세대에게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일조차 새로운 도전이었다.
키오스크는 이미 일상 곳곳에 자리 잡았다. 식당과 카페, 버스터미널, 영화관, 병원, 행정복지센터 등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어르신들에게는 ‘고문기계’로 불리기도 한다. 사용법을 모르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식사 주문이나 교통수단 이용, 병원 접수도 어려워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재옥 문해교원은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에게 “지금까지 해보지 않아 낯선 것뿐이다. 천천히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교육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식당 주문, 카페 이용, 병원 접수, 버스 승차권 발권 등 다양한 상황을 구현한 실습 기기 앞에 섰다. 전금순(71)씨는 버스 승차권 발권 연습에 나섰다. 처음에는 화면을 세게 눌러도 반응하지 않자 손가락 힘을 조절했고, 목적지를 잘못 선택해 다시 처음부터 입력하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승차권 발권 완료 화면이 나타나자 전씨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씨는 “처음에는 어려울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며 “앞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직접 주문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은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배움을 넘어 변화하는 일상에서 살아갈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재옥 문해교원은 “교육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함께 갖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변화에 적응해 활기한 일상을 살아가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