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와 민선 9기 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23일부터 우상호 당선인의 핵심 공약 67개를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돌입했다. 지난 10여 일간 도청 각 실·국이 사전 검토를 마친 공약들이 이제는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변모해야 할 골든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인수위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공약을 확인하는 절차를 넘어, 향후 4년 강원자치도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가늠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약 리스트에는 춘천의 AI·양자·바이오 클러스터, 원주의 AX(인공지능 전환) 산업 및 드론 특화단지, 강릉의 관광·레저 복합단지 등 지역별 특화 전략이 뚜렷이 담겨 있다.
또한 청년 공공주거 지원, 청정에너지 고속도로, 강원형 숲경제 산업벨트, 글로벌 통상기구 설치 등 강원자치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산업 지형을 재편하려는 야심 찬 계획들도 포함됐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는 사례는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다. 선거 과정에서의 공약은 다소 낙관적이고 포괄적인 목표를 제시하기 마련이지만, 실제 도정에서는 예산 확보의 현실, 중앙정부와의 협력, 법적 규제, 지역 간 이해관계라는 험난한 벽을 넘어야 한다. 특히 강원자치도는 ‘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확보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열악한 재정 자립도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수위의 공약 실현 방안 보고는 ‘무엇을 하겠다''는 장밋빛 전망보다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고, 어떤 법적 근거로 추진할 것인가''라는 냉철한 실행 로드맵 제시가 관건이 돼야 한다. 먼저, 우선순위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67개라는 방대한 공약을 일시에 추진하는 것은 도정 역량 분산을 초래할 수 있다. 강원자치도의 미래 경쟁력을 단기간에 극대화할 수 있는 ‘선도 사업''을 선정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이를 토대로 동력을 이어가는 ‘선택과 집중''의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강원형 통합 교통 이음망이나 데이터센터 유치와 같은 사업은 타 시·도와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강원자치도만의 비교 우위를 증명할 수 있는 세부적인 차별화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도민 체감형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대규모 산업 단지나 기반 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청년 공공주거 지원이나 문화·테마타운 조성과 같이 주민이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밀착형 정책들이 공약 이행의 속도감을 높여줄 것이다. 이는 정책에 대한 주민의 지지를 공고히 하고, 장기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이 된다. 인수위는 주민의 기대를 정책으로 실현하는 ‘교량''이다. 공무원 조직 또한 과거의 관행적 검토에서 벗어나, 당선인의 철학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